이 대통령 “소수의 성장 넘어 모두의 성장으로”…821조 예산안 제시

국회 시정연설서 민생 회복·양극화 해소 강조 내년도 총지출 820.9조…올해보다 12.8% ↑ 지방 주도 성장 33조·AI 분야 21.3조원 투자 “실행과 속도 관건”…여야에 초당적 협력 요청

2026-11-02     백주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열린 11월 정기국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수의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9,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경제 회복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개선으로 연결하고, 양극화 해소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 5개월간 정부가 추진한 확장재정 정책 등을 통해 우리 경제가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잠재성장률의 2년 연속 반등 전망과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능성, 1인당 국민총소득 4만 달러 돌파 전망 등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다만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회복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나라 경제는 좋아졌다는데 내 살림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답해야 할 때”라며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른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와 서민금융, 주거안정을 중심으로 한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매트’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증가한 820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회적 격차 완화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비효율적인 지출은 줄이고 지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 2,100여개 폐지를 포함해 총 6,476개 사업에서 107조2,000억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지원을 확대하는 지방우대 사업을 61개로 늘렸다.

특히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주도 성장에 대한 투자 확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국토 대전환과 지방 주도 성장에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1극 체제를 넘어 지방이 국가 운영과 성장 발전의 한 축에 설 수 있도록 지방의 기회를 더욱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도 올해 안에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앵커기업에는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하고, 5극 3특 권역별 성장거점을 조성한다.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지방 국립대 30개교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지역 의료 인프라를 강화할 방침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 지역도 35개 군으로 확대한다.
 

이재명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주요 내용. 연합뉴스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대폭 늘린다.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분야에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수도권 반도체 생산시설의 조기 가동과 서남권 클러스터 구축 등에 2조원을 투자한다. 제조업과 스마트팩토리, 국방 등 8대 핵심 분야의 피지컬AI 현장 실증에도 5,000억원을 배정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NEXT 10대 전략기술 분야에는 13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4조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39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새롭게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수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안정 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생 분야에서는 주요 사회보장급여의 신청주의를 자동주의로 전환하고, 기준 중위소득을 6.7% 인상한다. 청년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53.5% 늘어난 43조3,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신혼부부 혼인지원금 100만원과 출산 시 최대 2,000만원의 아이맞이지원금도 신설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 예산을 8.2% 증액한 73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고 핵추진잠수함과 KF-21 등 핵심 전력 확충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성장’을 36차례 언급하며 경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지원’과 ‘투자’도 각각 24차례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어 “관건은 실행과 속도”라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법정기한인 12월 2일까지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