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끝내지 못한 이야기, 이중섭을 만나다 (9)부부

서로 싸우는지 사랑하는지 보는이 감정따라 달라보여

2026-11-03     고은정 기자
부부, 1953, 종이에 유화물감, 40×28.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부부〉로 알려진 이 작품과 매우 비슷한 작품이 하나 더 있다. 그 작품은 미도파화랑에서 1955년에 열린 ‘이중섭 작품전’에 출품된 것이라고 앞선 연구자들이 밝히고 있다. 당시 제작된 리플릿에 기재된 17번〈닭〉이 바로 이 작품이고, 다만 제목이 ‘닭’에서 ‘부부’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부부〉는 〈투계〉와 마찬가지로 닭을 소재로 그렸지만, 제작 기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투계〉는 그릴 이미지를 계획해 뾰족한 도구로 닭을 미리 그렸지만, 〈부부〉는 배경을 그리고 그 위에 도구로 이미지를 그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뾰족한 도구로 그린 선이 있지만 어떤 의도된 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배경은 얇게 칠을 좌우로 길게 하고서는 그것을 따라 나이프로 긁어서 층층이 생기게 했다. 그 위에 다시 붓으로 색을 가미하여 층이 조금 더 확연하게 혹은 마치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렇게 배경을 만들고 난 다음 또 다른 〈부부〉에 있는 이미지와 유사하게 닭 두 마리를 그려 넣었다. 닭이 서로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느낌이 달라 보인다. 이중섭은 비슷한 이미지를 여러 번 그렸을 뿐만 아니라, 기법을 달리해서 그린 작품도 꽤 여러 점이 있다.
 

김수아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