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 전통 넘어 현대 콘텐츠로”…울산 대표축제 새 길 모색
울산문화시민모임, 제3차 문화예술 토론회 문학·애니·음악·무용으로 설화 재해석 제안 지역 예술인 창작 기반·시그니처 콘텐츠 육성 대표축제 방향 여전히 미정…시 정책 반영 과제
울산의 대표 문화자산인 처용설화를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로 확장하고, 문학과 애니메이션, 음악, 무용 등 현대적 문화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울산만의 독창적인 대표축제 콘텐츠를 육성하고, 지역 예술인들의 지속적인 창작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용문화제 혁신개최를 위한 울산문화시민모임은 3일 오후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운당홀에서 ‘과거·현재·미래와의 대화-울산 역사문화의 창조적 변용과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주제로 제3차 울산문화예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울산 대표축제 방향 모색 논의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앞선 토론회가 축제의 정체성과 시민·예술인의 참여 구조를 논의했다면, 이날은 처용설화와 반구천 암각화 등 울산의 역사문화 자원을 실제 문화콘텐츠로 재해석한 사례와 발전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석자들은 처용문화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문화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새로운 이야기와 표현방식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강동수 소설가는 ‘처용설화의 문학 콘텐츠 활용 방안’을 주제로 처용을 관용이나 역병 퇴치의 상징으로만 바라보는 고정된 해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작가는 “삼국유사 속 신화적·설화적 요소를 벗겨내고 당대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한 사람으로 처용을 그리고 싶었다”라며 “처용은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어 처용설화가 탄생한 바다와 포구, 울산의 역사와 생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해석을 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여러 콘텐츠를 산발적으로 제작하기보다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울산을 대표할 시그니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종진 울산문화산업개발원장은 애니메이션 ‘신처용전’과 ‘처용처 금아랑’을 사례로 들며 문화콘텐츠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예술이 지속되려면 창작자에게는 이익이, 관객에게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며 “관의 꾸준한 지원과 창작자들의 치열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경 플러그인사운드 대표는 음악 콘텐츠 ‘개운포 신라팝’을 소개하며 지역 예술인 간 협업과 지속적인 창작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울산은 문화 불모지가 아니라 블루오션”이라며 “지역에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노동을 인정하고 공간과 장비, 인력, 후속 작업 등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진완 김진완무용단 대표는 ‘환타지 처용아리’를 통해 전통의 원형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처용을 과거의 역사적 인물이나 전통문화의 상징으로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관객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공연예술로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광호 아트키네틱 대표는 무용극 ‘뭍으로 나온 처용’을 소개하며 “고전설화가 신체예술을 만나 어떻게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변은영 NB댄스컴퍼니 대표도 ‘반구천암각화의 울림’을 주제로 지역 역사문화 자원의 무용적 재해석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처용의 역사적 실체를 규명하려는 학술적 접근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재해석의 차이도 드러났다.
송수환 박사는 처용의 정체를 둘러싼 서역인·아라비아 상인설, 울산 지역 호족 또는 해상세력 인물설, 무당·화랑설 등 기존의 여러 해석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며, 보다 엄밀한 학술적 연구를 통해 처용의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동수 소설가는 “처용이 실제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작가로서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처용의 어떤 부분이 문학적 상상력을 더 자극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세 차례 토론회의 성과와 정책 반영 가능성을 묻자, 시민모임 측은 “새로운 대표축제의 필요성과 시민의 주도적 참여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공업축제와 처용문화제, 제3의 축제 중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처용을 대표축제의 중심에 두는 것이 현재 시민들에게 얼마나 수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라며 “이 심포지엄 의견이 울산시의 정책에 반영되는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4차 토론회를 끝으로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