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입암리 태화강변, 1억년 전 공룡이 걷던 호숫가”
최소 7개 지층서 발자국…국내 유일 보존 8.2m 보행렬·꼬리 끌림 추정 흔적 주목 천연기념물 지정·정식 지질명소 편입 검토
2026-11-03 김준형 기자
울산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울주군 입암리 화석산지 가치규명 학술연구’ 최종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태화강 선바위 인근인 범서읍 입암리 1141-128 일원이다.
발자국이 찍힌 지층에는 물결 자국과 빗방울 자국, 옛 토양층이 남아 있었다. 물에 잠겼을 때와 땅이 드러났을 때의 흔적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백악기 입암리 일대가 우기에는 물에 잠기고 건기에는 일부가 드러나는 호수 가장자리였다고 해석했다. 퇴적층 표면의 다각형 균열과 가스 거품 구조로 볼 때 당시 미생물막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막이 발자국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 구역 C에서는 네 발로 걸은 공룡의 발자국이 약 8.2m에 걸쳐 이어졌다. 발자국 행렬 한가운데에는 얕고 가느다란 곡선형 홈이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홈의 폭과 모양 등을 근거로 공룡의 꼬리가 바닥에 끌리면서 생긴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구역에서는 앞발자국이 뒷발자국보다 유난히 작고 얕게 찍혔다. 연구진은 공룡이 몸 일부가 잠기는 물속을 지나면서 부력과 무른 바닥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2년 처음 확인된 조사 구역 A에서는 대형 초식공룡인 조각류의 앞발자국과 뒷발자국이 함께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발자국을 조각류의 발자국 화석 유형인 ‘카리리크니움’으로 분류했다. 발자국 크기와 걸음 간격 등을 분석한 결과 공룡의 골반 높이는 약 1.16m, 이동 속도는 시속 약 2.3㎞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주요 발자국과 꼬리 흔적을 3차원 스캐닝과 드론 사진측량으로 기록했다. 연구를 이끈 공달용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여러 지층의 발자국과 꼬리 흔적, 퇴적 구조가 한곳에 남아 있어 공룡의 움직임과 발자국이 찍히고 보존된 환경을 함께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암리 화석산지는 2012년 당시 문화재청의 울산지역 지질다양성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고, 2025년 울산국가지질공원 인증 신청 때 예비 지질명소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식 지질명소 편입과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보존 방안으로는 관람객이 화석층을 직접 밟지 않도록 관람데크와 안전 동선을 마련하고, 풍화와 침식 등 현장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이 나왔다. 퇴적물에 덮인 구간은 전문가 입회 아래 단계적으로 조사해 추가 화석의 분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선바위와 국수천 습곡, 반구천 암각화 일대를 잇는 지질 탐방길 조성도 제안했다.
울산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정식 지질명소 편입과 천연기념물 지정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입암리 화석산지는 약 1억년 전 태화강 일대의 환경과 공룡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지질유산”이라며 “체계적 보존·관리와 함께 국가지질공원 정식 지질명소 편입 및 천연기념물 지정 가능성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