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경의 21세기 미술관](158)소피 칼, ‘잘 지내길 바라(Take Care of Yourself)’

2026-11-03     고은정 기자
관찰과 기록, 소설 같은 사진

소피 칼, ‘잘 지내길 바라(Take Care of Yourself)’, 2007, 사진
소피 칼(Sophie Calle, 1953~)은 사진, 텍스트,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를 결합하여 실재와 허구,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개념미술가이자 사진작가다. 타인의 사생활을 관찰하거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이별, 상실 등)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독창적인 사진소설 방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4년 퐁피두센터에서 생존 작가 최초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고, 2007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사진은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발표된 소피 칼의 대표작 중 한 장면이다. 자신의 연인으로부터 이별의 메일을 받은 것이 작품의 출발점인데, 소피 칼은 ‘잘 지내길 바라(Take Care of Yourself)’라고 끝을 맺은 그 편지를 받고 다양한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요청했다. 사적인 이별 사건을 107개의 공적인 렌즈를 통해 해부하고 해체하여 거대한 ‘이야기 모음집’같은 작품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그녀의 전시에 조성된 분석실 같은 공간 분위기는 다양한 관람객의 감정적 트리거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시각적 리듬으로도 충만한 이 재미있는 이미지는 분석돼 온 답신 중 하나로, 의뢰받은 사람이 편지를 ‘편집자적 관점’에서 보고, 문장 구조, 반복되는 어휘, 구두점, 단어의 쓰임새 등을 꼼꼼하게 첨삭하고 분석해 표시한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