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블루카본 구축, 블루이코노미 중심도시로 도약하라] 바닷속 탄소 지도 그리는 스페인, 울산 블루카본 ‘나침반’

[울산형 블루카본 구축, 블루이코노미 중심도시로 도약하라] ②바다 탄소를 숫자로…‘BlauCat’ 프로젝트 110만 유로 투입·최대 200곳 조사 설계 연안 퇴적물 탄소저장량 추적 지도화 추진 GIS 기반 자료 활용 생태계 보전·복원 정책 이바녜스 센터장 “울산 기업 참여 가능성”

2026-11-04     김상아 기자
Carles Ibáñez Martí(카를레스 이바녜스 마르티) Eurecat 기후회복력센터장이 실험실에서 연안 습지 바닥에서 채취한 퇴적물 시료를 들어 보이며, 깊이별 유기탄소 함량 및 연대 측정 등 블루카본(BlauCat 프로젝트) 조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투명 PVC관에 담긴 퇴적물 코어의 높이와 층별 단층 높이를 줄자로 정밀 측정하는 작업. 에우레카트 제공

스페인 카탈루냐에서는 연안 습지 바닥 약 1m 깊이의 퇴적물을 채취해 바다가 저장한 탄소를 추적하고 있다. 오랜 세월 쌓인 퇴적물에 탄소가 얼마나 저장돼 있고, 얼마나 빠르게 축적되는지 확인해 연안 생태계 보전·복원정책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다.

카탈루냐 암포스타에 위치한 기술연구기관 Eurecat(에우레카트). 현지 취재에서 연구진이 소개한 블루카본 조사 과정은 습지 바닥에서 꺼낸 퇴적물을 깊이별로 나누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이 습지 현장에 설치한 알루미늄 삼각대 도구와 지주관을 이용해 퇴적물 코어를 안전하게 인양한 모습. 에우레카트 제공
조사지점 코드(WP445 등)와 채취 일자가 명확히 라벨링되어 선박 위 보관대에 수직으로 세워진 퇴적물 PVC 코어관들. 에우레카트 제공

연구진은 원통형 채취관을 습지 바닥에 넣어 약 1m 깊이의 퇴적물을 확보한다. 이를 0~20㎝, 20~40㎝ 등으로 구분한 뒤 건조·분쇄 등의 과정을 거쳐 유기탄소 함량을 분석한다. 지반이 무른 곳에서는 채취관을 망치로 두드려 넣고, 단단한 곳에서는 기계를 활용하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연구진이 채취한 퇴적물의 깊이별 차이도 설명했다. 표층인 0~20㎝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탄소가 확인되는 사례를 소개하며, 깊이에 따라 탄소 함량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퇴적물은 오랜 시간 축적된 연안 환경의 기록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일부 퇴적물이 수백 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설명하면서, 깊이별 연대를 측정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탄소가 축적된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작업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BlauCat(블라우카트)’ 프로젝트의 핵심 과정이다. Eurecat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Carles Ibáñez Martí(카를레스 이바녜스 마르티) Eurecat 기후회복력센터장이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이바녜스 센터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블루카본 관련 기초자료가 부족해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데이터 확보를 요청하면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탄소저장 능력을 파악하는 일이 관련 정책 마련의 출발점이라는 취지다.
 

에우레카트(Eurecat) 연구원이 블루카본 탄소 저장량 분석을 위해 해안 퇴적물 샘플의 불순물을 분리·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스페인 기술연구기관 에우레카트(Eurecat) 실험실 선반에 블루카본(Blue Carbon) 분석을 위해 연안 습지 등 현장에서 채취한 퇴적물 시료들이 채취 장소와 깊이별로 분류·보관되어 있다. 최지원 기자

BlauCat은 2024~2026년 110만 유로의 예산으로 카탈루냐 연안의 탄소저장 현황을 조사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Eurecat과 함께 CSIC(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 산하 CEAB(블라네스 고등연구센터), CREAF(생태·산림응용연구센터) 등이 참여한다.

연구진은 연안 습지와 석호 등 주요 생태계를 대상으로 최대 200개 지점의 퇴적물 탄소 저장량을 조사하는 체계를 설계했다. 이 가운데 약 20%의 지점에서는 연간 탄소 축적률을, 약 10%에서는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 특성을 추가로 측정하도록 계획했다.

이미 저장된 탄소와 해마다 새롭게 쌓이는 탄소를 구분해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점별로 퇴적물을 반복 채취하고 일부 시료에는 납-210(Pb-210) 연대측정법을 적용한다. 염도와 식생, 수위 등 주변 환경도 함께 조사해 지역별 차이를 살핀다.

조사 방법도 표준화했다. 연구진은 5m×5m 크기의 조사구에서 퇴적물 시료를 세 차례 반복 채취하도록 설계했다. 실험실에서는 퇴적물의 밀도와 유기물 함량 등을 분석하고 탄소 저장량을 산출한다. 단일 시료에 의존하지 않고 반복 측정해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조사 장소는 기존 생태계 지도와 과거 항공사진, 서식지 면적 등을 검토해 정한다. 일부 지역은 1945년 항공사진까지 참고해 과거와 현재의 환경을 비교했다. 이미 연구자료가 확보된 지역은 중복 조사를 줄이는 등 한정된 예산으로 다양한 생태환경을 살펴볼 수 있도록 조사지를 배분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에브로강 삼각주의 염습지 전경. 얕은 수로 주변에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염습지는 퇴적물에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생태계다. 에우레카트 제공
연구원이 수중 아크릴 기록판을 활용해 해초류의 군락 밀도와 서식 환경을 현장에서 정밀 기록하고 있다. 에우레카트 제공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갖춘 연구진이 바닷속 해초림에서 블루카본 유기탄소 분석을 위해 수중 퇴적물 코어관을 수직으로 고정·채취하고 있는 모습. 에우레카트 제공

에브로강 삼각주의 경우 발표자료에는 탄소 저장량을 조사할 62개 지점과 연대측정을 병행할 16개 지점이 제시돼 있다. 이는 조사 설계에 담긴 대상지 규모로, 최종 분석을 마친 지점 수와는 구분된다.

연구 범위에는 연안 습지뿐 아니라 바닷속 해초지도 포함된다. 에브로강 삼각주의 알팍스만과 판가르만에서는 해초지의 탄소저장 기능을 살펴보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수질과 환경 영향을 조사해 온 기존 관측자료가 있어 해초지의 훼손 정도와 탄소저장 능력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같은 해초지라도 수질과 주변 환경, 식생 상태에 따라 탄소저장량과 축적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렇게 얻은 자료는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 블루카본 지도 구축으로 이어진다. 지역별 탄소저장량과 생태계 훼손 정도, 복원 가능성을 지도에 표시해 보전과 복원이 필요한 곳을 가려내는 데 활용하려는 구상이다.

이바녜스 센터장은 지도를 만드는 일이 지방정부의 구체적인 요구가 아니라 연구진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수치를 통계표로 나열하는 것보다 지도에 옮기면 지역 간 차이를 파악하고 복원 우선지역을 검토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최종 목표는 조사 결과를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활용할 실행 계획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탄소저장 기능뿐 아니라 해안 침식과 침수 위험 저감, 생물다양성 회복 효과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복원사업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과정도 연구계획에 포함돼 있다.

다만 보전과 복원의 해법이 모든 해역에 같지는 않다. 현지 연구진은 연안 습지가 상대적으로 복원하기 수월한 반면, 바닷속 해초지는 복원과 사후 관리에 많은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초지가 남아 있는 곳은 기존 생태계 보전에, 여건이 갖춰진 습지는 훼손된 기능 회복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이라는 변수도 있다. 이바녜스 센터장은 해수면이 높아지고 침수 위험이 커지면 기존 생태계뿐 아니라 복원한 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화 속도에 비해 대응을 위한 지원과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연안 생태계가 훼손되면 오랜 기간 퇴적물에 저장된 탄소도 손실될 수 있다. BlauCat이 현재의 탄소저장량뿐 아니라 해안 침식과 생태계 훼손에 따른 탄소 손실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이유다. 새로운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만큼 기존에 저장된 탄소를 보전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BlauCat은 장기적으로 탄소크레딧 활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탄소저장량과 축적률을 검증하고 정책 근거를 구축하는 단계인 만큼 크레딧 발행이나 기업 상쇄사업으로 연결되는 방식과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바녜스 센터장 역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사업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봤다.
 

Carles Ibáñez Martí(카를레스 이바녜스 마르티) Eurecat 기후회복력센터장과 연구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스페인 카탈루냐 암포스타에 위치한 기술연구기관 Eurecat(에우레카트) 전경. 최지원 기자

카탈루냐의 접근은 대규모 산업단지와 항만·연안 생태계가 공존하는 울산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이바녜스 센터장은 울산처럼 기업과 공장이 밀집한 도시에서는 탄소배출 관리와 연계한 블루카본 사업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업 가능성은 울산의 실제 연안 지형과 생태계 구성 등 지역별 특성을 먼저 파악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울산지역 내 2개 신문사(울산매일신문·경상일보)가 함께 취재·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