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시론] 기후위기·AI 시대, 울산의 ‘정의로운 전환’
주력산업 집적화 울산 ‘산업 AX’ 목표 지역 제조업 근로자 경험 사라질 위기 AI시대 성장·사람 존중 함께 풀어가야
얼마 전 울산 지역 기관장들의 모임에서 기조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한동안 승낙을 고민하다가, 최근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기후위기・AI 시대, 울산의 ‘정의로운 전환’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부제는 ‘사람과 함께하는 울산형 AX(AI 전환)’다. ‘산업 AX’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국가 주력산업이 한곳에 집적화돼 있는 산업수도 울산이 앞으로 가야 할 목표다.
‘정의로운 전환’은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을 때,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까?”가 시작이었다. 울산 역사가 그 길을 보여주고 있다. 1962년 공업지구 지정 및 1972년 석유화학단지 준공, 그때 과제는 ‘빠른 성장’이었다. 1987년 여름, 이 도시는 처음으로 ‘사람 존중’을 목 놓아 외쳤다. 그리고 2026년은 ‘산업 AX’ 원년이다. 필자는 여기에 ‘울산’을 붙였다. 울산은 4대 주력산업 모두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울산의 정의로운 전환’은 석탄을 넘어 모든 산업 전환에서 ‘성장과 사람 존중’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울산 제조업 근로자의 43%가 50대 이상이다. 60년 쌓인 현장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사라질 수 있다. 경험상 몸에 쌓인 지식이 암묵지(暗默知)다. 그래서 탄소 전환에 머물던 ‘정의로운 전환 1.0’을 넘어, 탄소와 AI를 함께 다루는 ‘정의로운 전환 2.0’을 제안한다. 울산이 그 첫 모델이 되자는 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과 함께하는 AX’는 착한 선택이 아니라, 단연코 이기는 전략이다.
△첫째, RUPI(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의 교훈이다. 2009년 경제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석유화학 경쟁력강화 위원회가 출범했고, 필자가 RUPI 사업단장을 맡았다. 2010년 12월, 4대 석유화학단지 75개사가 함께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했다. 책상이 아닌 산업현장의 의견을 고스란히 모아 녹였다. 1조 7천억원 예산이 수반되는 8대 분야 100대 액션플랜이다. 다 함께 만든 로드맵에서 수소 산업과 바이오화학 산업이 태동했다. AX 전환도 RUPI 방식으로 가야 한다.
△둘째, 국책연구기관을 적극 활용하자. 울산에는 이미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엔 지역조직이 있을 뿐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본원의 대단한 위상을 제대로 활용하자. 그러려면 산학연(山學硏)을 넘어 관정언(官政言)까지 함께해야 한다. 공무원이 앞장서고, 국회와 시의회가 법·제도와 예산을 챙기며, 언론이 시민의 공감을 모아 홍보해야 한다.
셋째, AX 실증산단과 실증교육이다. 울산에선 석유·화학 AX 실증산단이 2028년까지 진행된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11개 기관과 기업이 함께한다. 선도공장 데이터로 석유화학 전용 AI를 만들고, 가상 공장에서 시험한 뒤 실제 현장에서 검증해 중소·협력사로 넓히는 사업이다. 여기에 실증교육을 붙이자. 실증 현장을 그대로 교실로 쓰는 것이다. 재직자와 협력사 직원, 전환을 준비하는 사람과 청년이 함께 배우고 숙련자는 멘토, AI는 조수가 된다.
넷째, AI 스마트스쿨 도입이다. 사람과 함께하는 AX를 ‘초등학교부터 시작하자!’는 전환이다. 학교의 시설과 에너지, 안전을 AI가 한데 묶어 관리하면서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한다. 아이와 선생님은 학교에서 AI를 배우고, 퇴직 숙련자와 청년은 일하며, 학교는 더 안전해진다.
다섯째, 사람이 머무는 도시다. 일자리만으로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대전은 한때 ‘노잼도시’라 불렸으나 성심당 하나로 꿀잼도시로 변신했다. 울산은 태화강 국가정원, 세계유산 반구천 암각화 등 온갖 좋은 것을 다 갖고 있다. 그런데 왜 못 하나? 콘텐츠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홍성훈 마이스터가 주창한 ‘오르겔 한국화(化)의 최적지, 울산’, ‘울산 사위’ 심현섭의 유머 치유 프로그램, 최초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의 창단 첫해 우승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잘 연결하는 것이다. ‘울산의 정의로운 전환’으로 시민의 자부심을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