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하청노조, 첫 단체교섭 상견례…울산 ‘노란봉투법’ 첫 발

2006년 첫 요구 이후 20년 만에 한자리 울산지노위 중재로 물꼬…12일 본교섭 임금·성과급 등 의제 확대 여부 주목

2026-11-05     김귀임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8개월 만에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노조 간 단체교섭 상견례가 성사되면서 울산에서도 첫 원·하청 교섭이 시작됐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노란봉투법 시행 8개월 만에 HD현대중공업과 사내하청노조가 단체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가지면서 울산에서도 원·하청 교섭이 첫발을 뗐다. 이번 교섭이 지역 산업현장의 새로운 노사관계 모델로 자리 잡고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5일 울산 노동·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하청노조)는 지난 4일 오후 5시 30분께 울산조선소에서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열었다.

이에 따라 노사는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본교섭을 열기로 했다. 첫 본교섭은 오는 12일 예정됐다.

이번 상견례는 지난 2006년 하청노조가 원청에 단체교섭을 처음 요구한 이후 약 20년 만에 성사됐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8개월 만에 울산에서 원청과 하청노조가 실제 교섭 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회사는 교섭 의제와 기본 원칙에 대한 사전 합의를 요구한 반면, 노조는 일단 교섭을 시작한 뒤 의제를 조율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관련해 회사는 지난 3월 13일 하청노조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같은 달 21일 확정공고를 냈었다.

교섭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이자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울산지노위는 양측에 휴가비·귀향비, 장학제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유해위험작업, 폭염 대책, 안전보호구 지급 등 6개 의제를 우선 교섭하도록 지난달 29일 권고했다. 나머지 의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섭의 물꼬가 트였다. 하청노조는 우선 논의하기로 한 6개 의제를 포함한 총 36개 요구안을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노동조합 활동 보장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 △임금 30% 인상 △8시간 1공수 인정 등 ‘임금’과 ‘고용안정’에 직결되는 요구도 담겼다.

다만 하청노조가 요구한 나머지 사항에 대해 회사는 향후 별도 협의 절차를 거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하청 교섭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 지역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임금과 근로조건 등 교섭 의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원청이 어느 수준까지 책임져야 할지를 두고 기업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하청 근로자 간 교섭은 답보상태다. 지난 6월 울산지노위가 구내식당·경비·미화·생산 등 일부 하청 업무에 대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회사 측이 법적 절차를 검토하면서 노사 간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