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 늘어나면 뭐하나…의료 인력 확충이 먼저다
울산 지역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병원을 채울 의사가 없어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산재전문 공공병원과 군립 울주병원에 이어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까지 건립이 추진되고 있으나, 당장 진료를 맡을 의료진 확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병원만 늘어나면 뭐하나”라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만 하다.
본지가 <이슈진단>을 통해 울산 공공의료의 인력 수급 실태 등을 살펴본 결과 실제 울산 공공병원의 인력 수급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근로복지공단 울산병원의 의사 충원율은 전체 정원의 절반을 겨우 넘긴 55.6%(36명 중 20명)에 불과해 정식 개원마저 연기된 상황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군립 울주병원은 사정이 더 나빴다. 의사 부족은 물론, 수탁기관이 운영 포기를 거듭 번복하는 파행을 겪으며 진료의 연속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시가 추진 중인 ‘어린이 치료 특화 울산의료원’ 역시 확고한 인력 수급 대책 없이는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 시는 초기 진료 규모를 고려한 ‘단계적 개원’과 울산대병원 등 기존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통해 8명의 전문의를 확보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단계적 개원은 의사 부족 현실을 모면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깝고, 단기 계약직 의사 몇 명으로 쏟아지는 지역 공공의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지역 내에서 의사가 양성되고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문의 유인을 위한 처우 개선과 지원 경력 기준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출신들이 울산의 공공 병원에서 수련받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 정부의 의료인력 공급 정책과 연계해 복무형 지역의사제를 적극 도입하고, 산재·소아·일반 진료 등 각 공공병원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병원은 건물이 아니라 의료진이 만드는 것이다. 지자체와 정부는 공공병원 건립이라는 성과주의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당장 지역 의료 현장을 지킬 ‘사람’을 어떻게 모으고 머물게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