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매일통신] 조작이 조작을 조작하는 정치

의회권력으로 사법권 통제 비판 일방통행식 규명은 또다른 문제 공소취소의 절차 합법성이 관건

2026-11-08     김진영 뉴스룸 국장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조작이 대세인 사회다. 여권은 현직 대통령의 과거사에 씌워진 사법리스크는 조작이라고 깃발을 흔들고, 야권은 조작이 조작됐다며 거리로 나섰다. 급기야 민주당은 다수당의 위력으로 조작기소 특검법을 공식화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국가정보원 등이 처리한 주요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법이다. 얼마전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몰수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이번 특검에서 되살아 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을 들여다볼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이들이 다시 검찰권을 휘둘러 과거를 뒤지겠다는 이야기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챘겠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몰수한 것도, 다시 돌려준 것도 입법부의 입맛대로다. 이런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특검의 수사 대상 때문이다. 대장동과 백현동,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까지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들이 줄줄이 포함됐다. 민주당의 명분은 정치검찰의 조작기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물론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면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고 있는 사건들을 정치권이 먼저 조작기소라는 이름으로 묶어버린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의혹을 규명하겠다면서 결론부터 정해놓은 듯한 법률의 이름이 묘하다.

논란의 핵심은 공소취소다. 당초 법안에 담겼던 특검의 공소유지 여부 결정 권한은 삭제됐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대통령 재판을 없애려는 법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조차 형사소송법 준용에 따라 공소취소 권한을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직접 기존 공소를 취소하는 길은 좁아졌지만 수사 결과가 기존 검사의 판단이나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렇다고 특검이 출범하면 재판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중대한 논란을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법안부터 밀어붙인 이유다.

더 기묘한 대목은 검사의 수사권이다. 검찰개혁의 깃발 아래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한 여권이 특검에서는 종전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권을 허용했다. 한동훈은 수사권 없는 검사가 특검에 가면 부활하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모든 특검에 적용되는 기존 부칙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법률적 근거를 둘러싼 논쟁은 별개로 하더라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모순은 남는다. 검사의 수사권은 일반 사건에서는 위험하고 특검에서는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절대적 원칙이라면 특별검사에게 허용하는 예외의 이유도 그만큼 엄격해야 한다.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친명계 핵심 인사인 정성호는 숙의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았느냐며 수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꺼낸 말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했지만 정작 나온 것은 쥐 한 마리라는 뜻이다.

청와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이번 특검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한 사람을 임명하는 구조다.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이 특검 대상에 포함된 만큼 임명권자의 이해충돌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다. 청와대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무를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인 동시에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가진 국가원수다. 특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장치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그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야당의 모습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통과 직후 장외투쟁에 나섰다. 경복궁역 집회에 이어 청와대 앞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까지 예고했다. 장동혁 대표는 법치주의의 위기를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야당이 해야 할 일이 거리에서 목청을 높이는 것뿐일까. 의석수가 부족해 법안을 막지 못했다는 항변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법률의 위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는 것과 야당의 무능을 면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은 스스로 만든 측면도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은 보수정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책임을 성찰하고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내부 갈등과 계파 논쟁을 반복했다. 여당이 입법의 속도를 높일 때 야당은 반대의 구호를 높이는 데 익숙해졌다. 거리의 함성이 국회의 논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여당을 견제할 능력은 강한 발언이 아니라 치밀한 법률 검토와 정책적 대안에서 나온다. 민주당의 입법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그것을 국민 앞에 증명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는 권력 분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분립의 역사는 권력자의 선의를 믿지 않았던 사람들의 지혜에서 출발했다. 몽테스키외가 입법·행정·사법의 분립을 강조한 것도 권력이 권력을 견제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나의 권력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면 법률은 정의의 기준이 아니라 권력자의 도구가 된다. 검찰의 잘못은 밝혀야 하고 사법부의 오류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 역시 법률과 증거, 독립된 재판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사법개혁의 성공은 정치권이 원하는 판결을 얻는 데 있지 않다. 정치권이 원하지 않는 판결도 존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조작기소 특검은 곧 정식 출범한다. 앞으로 남은 것은 법률의 집행과 그 결과에 대한 검증이다. 여당은 특검이 대통령 개인의 재판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야당은 반대를 넘어 법치주의를 지킬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 역시 정치적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는 것으로 책임을 다할 수 없다. 사법부를 개혁한다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지킨다면서 상대의 권한을 부정하는 정치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 권력이 법을 지배하는 순간, 법은 더 이상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 조작을 바로잡겠다며 또다른 조작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