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칼럼] 불법촬영은 범죄다
피서지 몰카·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촬영 공포에 떠는 여성들
영상 유포로 정신적 피해도 심각…정부의 구체적 대책 필요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 거두고 따뜻하게 감싸줘야 할 때
연일 찜통더위에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을 찾아 여름 피서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울산 지역에도 동해안을 따라 여러 개의 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원한 바닷가에서 가족들과 또는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들은 무더위를 조금은 해소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을 방해하는 불청객들이 있으니 바로 피서지 불법 촬영을 일삼는 몰카범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성범죄 발생건수는 2012년 2,400건에서 2017년 6,470건으로 5년 만에 약 3배정도 급증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작년 한해 피서지인 전국 297개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38건의 성범죄 중 불법촬영 성범죄가 19건이 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 14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물을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망에 유포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한편 불법촬영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돼 일정 기간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그러나 이런 처벌만으로는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다. 교제기간 중에 촬영한 영상물을 헤어진 후에 인터넷 등의 공간에 불법으로 유포해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다 비극적인 결말을 갖게 만든 일명 ‘리벤지 포르노’ 등의 디지털 성범죄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7일 수많은 여성들이 혜화역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경찰 추산 약 2만 명, 주최 측 추산 약 6만 명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 홍대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한편, 매일 같이 쏟아지는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였다.
일상생활에서 불법촬영 공포에 시달리는 수많은 여성들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없다. 지하철,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집에서까지 불법촬영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변형 카메라 탓에 일명 ‘몰카 찌르개’라 불리는 송곳을 가지고 다니는 여성들이 늘었다고 한다. 숨어있는 카메라 렌즈를 송곳을 이용해서 깨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하니 여성들의 불법카메라에 대한 공포증이 어느 정도 인지는 짐작될 것이다.
한편 여성가족부에서는 올해 4월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한국여성인권진흥원 수행)를 운영해 오고 있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상담 및 불법 촬영물 삭제지원, 정기적인 사후 모니터링, 법률·의료, 성폭력 피해자 지원제도 연계 등의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센터에 따르면 개소 후 50일 동안 불법 촬영 및 유포물을 2,200여건 삭제하는 등의 지원이 이뤄졌는데 피해유형은 유포피해가45.9%, 불법촬영피해가 34.7%로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피해영상물의 64%가 동의 없이 이뤄진 불법촬영물이었고, 촬영자는 배우자, 전 연인과 같이 친밀한 관계 또는 아는 사이인 경우가 75%였다고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범죄의 대부분은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가정폭력, 성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이 친밀한 관계를 빌미로 이뤄지고, 권력의 위계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저항하기가 쉽지가 않다.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수많은 미투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들에 의해 2차 가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공개해 무언가 이득을 취할 것이다’라는 왜곡된 시선을 거둬야 한다.
오늘도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놓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피해자들을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