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이런 날
2018-07-24 정진아 시인
읽던 책 내려놓고
하던 숙제 밀어놓고
애벌레 되어
고치 짓고 싶은 날.
딱 십 분
나만의 생각 안에
잠겨 있고 싶은 날.
◆ 詩이야기 : 이십여 년, 방송작가로 살면서 매일 마감에 맞춰 대본을 쓰는 일은 피를 말리는 것 같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메일함의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까지 스스로를 달달 볶고 나면 배터리가 방전된 폰처럼 모든 사고가 정지된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 랏!’ 이러면서 놀던 어린시절처럼 몸과 마음이 ‘얼음’이 됐을 때 필요한 건, 잠깐의 휴식. 고치를 지어 스스로를 가두는 애벌레처럼 귀 막고 눈 감고 휴식의 굴로 들어선다. 사람을 좋아해서 여럿이 어울리는 것도 즐기지만, 혼자일 때 느끼는 편안함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선물한다.
◆ 약력 : 1988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동시집『난 내가 참 좋아』,『엄마보다 이쁜 아이』,『힘내라 참외 싹』등이 있다. 시 ‘참 힘센 말’, ‘가을볕’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EBS 라디오 ‘정애리의 詩 콘서트’를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