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둔 울산 동구 ‘사람도 돈도 없다’

2018-09-06     이다예 기자
   
 
  ▲ 울산 동구 점포 곳곳에 붙은 '임대' 안내문.  
 
   
 
  ▲ 6일 오후 울산 동구 월봉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채 텅텅 비어 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의 중단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 동구. 전체 인구의 10%가 넘게 빠져나간 동구는 수주 앞으로 다가온 명절조차 달갑지 않을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6일 동구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사업부의 문을 닫은 이후, 해당 사업부의 유휴인력 조치를 위해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4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재차 시행한 거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울며 겨자 먹기로 동구를 떠나는 근로자들로 인해 지역인구는 그 어느 때보다 휩쓸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동구지역 내국인 수는 16만6,124명(외국인 3,1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국인 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1995년(19만1,632명)에 비해 2만5,000여명 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가속화되는 인구 유출의 결과로 동구지역 일대는 한산하다 못해 밤이 되면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주로 찾았던 방어동 외국인특화거리와 꽃바위 일대의 점포들은 진작부터 대부분 ‘임대’ 중이거나 ‘잠정휴업’ 상태다.

게다가 근로자 원룸촌도 인구 유출의 직격탄을 맞으며 공실률이 현재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중공업 임금·단체 교섭이 대립각에 놓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꽉 닫힌 상황이다.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임단협으로 올해 명절상여금 지급 등이 불투명하게 되자, 가정의 경제활동까지 덩달아 위축되고 있는 거다.

현대중공업 직원 A씨는 “옆 자리 동료가 내일이라도 퇴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인데, 추석 전 에 상여금이라도 받아야 마음이 든든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역 소상공인들은 추석을 앞두고 반짝 명절특수를 기대했지만, 벌써부터 울상인 모습이다.

이날 오후 찾은 동구 월봉시장은 그야말로 ‘텅텅’ 빈 모습이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전 같았으면 예약이 서서히 들어올 때가 됐지만 아직 조용하다”며 “현대중공업 사람 다 떠나고 동구가 못 살겠다고 난린데, 몇몇 단골을 제외하고는 명절 음식을 찾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하다”고 푸념했다.

동구상인연합회 이영필 회장은 “명절이 코앞이지만 상인들은 이 명절을 어떻게 나야할지 답도 없는 상황”이라며 “명절만큼은 따뜻하게 보낼 줄 알았는데, 텅 빈 골목을 보니 막막하다 못해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김종문 울산 동구지부장도 “대부분의 업주들이 타 지역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며 “이번 구조조정 이후에는 480여개 이상의 가게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이는데, 살아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