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요구에 핀잔까지…편의점 `카드결제 거부’ 갈등 확산

2018-11-12     이다예 기자

업계 “카드 수수료에 본사 로열티 배분…순이익 얼마 안남아”
소비자 “휴대폰 앱 하나로 결제하는 시대 카드결제 거부 황당”
수수료율 책정 기준 개선·결제수단 다양화 등 정부방안 시급


주민 A씨는 지난 주말 울산 동구 화암방파제 인근 편의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물을 사기 위해 들린 편의점에서 결제수단으로 카드를 내밀자, 해당 편의점 업주로부터 “생수 두 병 얼마 한다고 카드냐, 현금을 달라”는 말을 들었다. 현금이 없던 A씨는 결국 카드결제를 했지만, “남는 게 없다”며 구시렁대는 업주를 한동안 상대해야했다. 심지어 A씨가 문을 열고 편의점을 나서는 순간, “앞으로 오지 말라”는 업주의 핀잔이 뒤통수에 꽂혔다. 기분이 나빴던 A씨는 카드결제 거부로 신고한다고 말했지만, “신고해라”며 업주의 당당한 태도에 분을 삭이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울산 편의점 곳곳에서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업주와 주민 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수값 2,000원 결제로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 소액결제 카드 거부에 대한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12일 찾은 동구 일산동의 한 편의점. 30여분동안 머문 편의점에 들른 손님 10명 중 9명은 결제수단으로 ‘카드’를 택했다. 구입한 물품들의 총액도 제각각. 작게는 2,850원부터 많게는 1만7,500원까지 손님들은 고민하지 않고 카드결제를 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손님은 계산 전에 “카드 결제 되죠?”라고 묻기도 했다. 현금 결제한 나머지 1명은 1,000원짜리 껌을 구입하며 지폐 한 장을 냈다.

이날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B(24)씨는 “휴대폰에 깔려있는 앱 하나로 결제하는 시대에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카드결제는 당연한 것”이라며 “현금 결제만을 고집하는 가게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최근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직장인 C(북구 매곡동·38)씨도 “잔돈 때문에 주머니도 무겁고 요즘 현금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가격이 딱 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금 결제가 불편한데, 실제로 카드결제를 거세게 거부당해보니 계산대 앞에서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카드결제’를 놓고 이 같은 갈등 속출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카드 수수료’ 때문이라고 편의점 업계는 주장했다.
실제로 편의점의 카드결제 비중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편의점 씨유(CU)가 최근 5년간 소비자 상품 결제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카드결제 비중은 △2013년 36.6% △2014년 42% △2015년 48.8% △2016년 55.1% △2017년 64%를 기록하며 높아지고 있다. 2016년부터는 카드결제가 현금결제 비중을 앞질렀다.

세븐일레븐과 GS25 카드 매출 비중도 마찬가지로 2016년 각각 53%, 57.7%에서 지난해 59%, 62.5%까지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편의점이 매년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수 조원대로 추산된다. 편의점 업주 D(남구 무거동) 씨는 “당장 종량제봉투 100만원만 카드로 팔아도 2만5,000원의 수수료가 나가서 결국 이익도 그 정도인 셈”이라며 “카드 수수료를 포함해서 본사 로열티 배분까지 제외하면 순이익은 몇 천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면 수수료 빠져나가는 ‘카드’가 달갑지만은 않지만, 소비자를 생각하면 ‘카드’던 ‘현금’이던 달갑게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거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드 수수료율 책정 기준 개선, 결제수단 다양화 등 현실적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적극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부 매장에서는 계속해서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나설 것”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가게 손님에게 가장 악영향이 미치고 있어, 정부가 이들 모두를 위한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