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씨름’ 남과 북

2018-11-29     김병길 주필
그림=배호 화백


18세기 단원 김홍도(1745~1806)가 그린 ‘단원 풍속도첩’ 가운데 씨름판을 그린 그림을 보면 씨름 구경꾼 한사람 한사람의 표정이 재미있다. 씨름은 지역별 개성을 간직한 채 보존돼 현재까지 160종이 전해지고 있다. 현대 씨름의 형태가 갖춰진 것은 일제 때인 1927년부터다. 당시 창설된 조선씨름협회에서 전국대회를 추진하면서 허리와 다리에 샅바를 매는 통일된 규칙을 도입했다.

씨름은 1600년이 넘도록 한민족의 민속으로 계승돼 왔다. 이전까지 함경도, 평안도 일대에서는 다리에만 띠를 두르는 ‘바씨름’, 경기·충청지역은 허리에 띠를 매는 ‘띠시름’, 경상·전라도 지역에서 유행한 샅바를 사용하지 않는 ‘민둥씨름’ 등으로 분류된다.

광복 이후 70년 이상 분단이 지속되면서 남북의 씨름도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다. 북한에서는 모래판이 아닌 원형 매트에서 진행하고, 상의를 벗는 한국과 달리 상의를 입고 경기한다. 일어선 자세에서 샅바를 잡고 경기를 시작하는 것도 북한 씨름의 특징이다. 씨름 용어도 조금씩 다르다. 북한에서는 ‘잡치기’를 ‘접치기’로, ‘밭다리 걸기’는 ‘빗장걸이’다.

1930년대 조선 씨름의 최강자였던 나윤출(1912~?)이 6·25전쟁 중 월북한 후 북한 씨름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면서 남북한의 씨름이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북한에서는 매년 추석을 앞두고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라는 전국대회가 열린다. 북한 씨름은 선수들의 몸무게가 100kg 이하로 비교적 가벼워 기술씨름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일부 차이를 제외하고 기술이나 샅바를 매고 겨루는 방식 등은 똑같다.

11월 26일 아프리카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에서 개막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남북 공동 등재를 최종 결정했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천하장사 씨름대회는 썰렁하다. 이종격투기에 팬을 빼았기고 왕년의 이만기·이준희·이봉걸·강호동 같은 수퍼스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계기로 모래판이 다시 뜨거워질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