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도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이다
최은진(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대표세무사)
근로자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가 연말정산 절차다. 이맘때쯤이면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있어 환급금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환수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지난 1년 동안 낸 세금을 정산해서 더 낸 건 돌려받고, 덜 낸 건 그만큼 더 내야 하는 탓에 누구에게는 ‘13월의 보너스’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반대로 세금 폭탄으로 ‘13월의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은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사이트로 들어가면 신청과 동시에 결과를 알 수 있어 편리하긴 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근로자들 사이에는 걱정하는 말들이 꽤 많이 나돈다.
물론 당연히 부담해야 할 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홀함으로, 또는 약간의 번거로움이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은 탓에 일정액을 환불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들의 환급액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 낸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괜히 화부터 치민다거나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례들을 만나면 한편으론 세무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연말에 받는 ‘13월의 월급’은 ‘땀을 흘린 만큼 거둔다’는 사실이다. 연말정산이 자신에게 보너스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세금폭탄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순전히 근로자들 본인이라는 뜻이다. 아직 올해의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직장인들 10명 중 6명이 지난해 연말정산을 통해 약 63만1282원의 환급금을 돌려받았고 환수금을 납부한 직장인들은 평균 41만2469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정산 결과에 대해 47.7%가 ‘만족’을, 51.4%는 ‘불만족’의 뜻을 내비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이라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게 분명하다. 올해는 새롭게 바뀐 규정들이 많아서 적잖은 액수가 들어오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중에 억울함이나 분노를 떨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연말정산시 자신에게 유리한 공제항목이 무엇인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챙겨야 할 터이다.
직장인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소득공제 항목을 통해 소득금액 자체를 감소시키는 것이 첫째고, 산출된 세액을 깎아주는 세액공제 항목을 챙기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소득세는 많이 벌수록 높은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고소득자는 과세표준을 감소시켜 주는 소득공제 항목을 챙기면 절세효과가 클 것이고 반대로 저소득자는 누진세율이 낮으므로 세액공제 항목을 노리면 상대적으로 절세효과가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특히 부부 간에 소득 격차가 큰 맞벌이 부부 경우에는 절세 전략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부부의 소득과 지출 규모에 따라 절세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의 소득과 지출 규모에 따라 누구 명의의 신용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할지 미리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신용카드 등의 사용액이 적은 경우에는 저소득자가, 사용액이 많을 때는 소득 높은 배우자가 공제받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자녀, 부모, 처부모, 외조부모 등 소득금액만 맞으면 신용카드 몰아주기도 좋다. 더불어 부양가족 공제는 고소득자 쪽으로 몰아주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결제수단별로 공제율도 다르다는 점도 알고 있으면 큰 이익이 된다. 가급적 체크카드를 쓰거나 현금영수증을 받아 두고 전통시장이나 대중교통, 도서·공연비 등의 지출액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또 하나 팁을 주자면 연말정산 경정청구 제도를 이용하라는 점이다. 이는 세금을 납부해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이 해당 세금에 대한 납부 신고를 한 날로부터 5년 안에 더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진행하는 청구를 말한다. 만에 하나 올해 모든 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정청구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꼭 기억해 두면 좋겠다. 내년 연말정산 때 행여 내가 받을 항목이 줄었거나 세제개편으로 인해 내가 올해 못 받은 항목이 있을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만큼 중요한 것이 세금관련 절세전략이다. 절세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알고 필요한 절세요건을 갖춰두면 나중에 세금폭탄을 맞는 억울함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연말정산은 이제 ‘유비무환(有備無患)이요, 무비유환(無備有患)’임을 명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