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다른 ‘위상부도체’, 실험으로 가려낸다

UNIST 박노정 교수팀 ‘스핀 홀 전도도’ 측정 구분 입증
“양자 기반 전자장치 개발의 초석 기대”

2019-02-25     주성미
   
 
  ▲ 위상부도체를 실험으로 직접 가려낼 방법을 제안한 UNIST 자연과학부 박노정 교수(왼쪽)와 신동빈 박사. (UNIST 제공)  
 

한쪽은 전기가 흐르지 않고, 반대쪽은 전기가 흐르는 물질을 ‘위상부도체’라 부른다. 현재까지 수학적인 계산으로만 증명되던 이 물질을 직접 가려낼 수 있는 실험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자연과학부 박노정 교수팀이 물질에 한 방향으로 전압을 주면 나타나는 ‘스핀 홀 전도도(spin Hall conductivity)’를 이용해 위상부도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25일 밝혔다.

‘스핀 홀 전도도’는 물질에 한 방향으로 전압이 주어졌을 때, 그에 수직한 방향으로 스핀 전도도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진은 측정한 전도가 ‘0’이면 일반적인 부도체, 1, 2, 3 등 떨어지는 덩어리 값(양자)으로 나타나면 위상부도체라고 설명했다. 전기가 흐르는 도체는 양자화가 안 된 불규칙한 값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물질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기가 흐르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도체와 부도체로 나누거나,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자성체와 비자성체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만으로는 극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물질들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위상(phase, 位相)’이라는 수학적 개념이 도입됐다.

수학에서 위상은 반복되는 파동(wave) 주기에서 시작점의 각도나 한 순간의 위치를 말한다. 물질의 경우 원자 속 전자의 파동이 위상 차이를 가져온다. 전자의 파동 특성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어떤 물질이 위상부도체인지도 증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험을 통한 측정값으로 위상부도체를 구분하고 자세한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박노정 교수팀은 위상부도체를 가리는 측정값으로 ‘스핀 홀 전도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스핀’은 전자의 자전을 말하는데, 물질마다 고유한 형태를 가진다. 위상부도체의 경우 물질 내부에 있는 스핀들이 평형을 이루는데, 전기를 흘려주면 같은 방향의 스핀끼리 정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스핀 홀 전도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홀 전도도는 물질의 전압과 자기장을 동시에 걸어서 나타나는 전자의 이동 특성이다. 일반적으로 자기장이 커질수록 늘어나며, 연속적으로 상승하는데, 미시세계에서는 연속적으로 바뀌지 않고 계단을 오르듯 증가한다. 이같은 현상을 ‘양자화된 홀 전도도(Quan tum Hall conductivity)’라고 하는데 별난 물질에서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스핀홀 전도도 역시 위상부도체에서만 ‘양자화된 스핀 홀 전도도’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를 통해 위상부도체를 가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박노정 교수는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세계에서 활약한 전자장치의 소재로 위상부도체도 활발히 연구되는 추세”라며 “스핀 홀 전도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위상부도체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번 결론은 앞으로 전혀 새로운 전자장치를 개발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 14일자로 출판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지원사업(BRL)’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