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버려진 환상의 섬 장생포 '죽도'(下) 관광자원화 논의 ‘백지화’에 주민 아쉬움

스토리텔링·장생포 해양공원 등 연계 제안
남구청 “비용적 부담… 장기적 검토”

2019-05-27     송재현 수습기자
   
 
  ▲ 포경전진기지, 산업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관광자원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울산 남구 고래문화마을 전경. 최근에는 '죽도'와 맞닿아 있는 현대미포조선이 철수한 항만친수시설구역(공터)에 장생포 해양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고래문화특구는 옛 포경전진기지로서의 장생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화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만큼 관광개발도 활발하다. ‘장생포 옛마을’이 재현되더니 모노레일이 들어섰고, 최근에는 현대미포조선이 철수한 항만친수시설구역을 장생포 해양공원으로 탈바꿈하는 논의가 한창이다.

관광자원 개발이 이뤄질수록 ‘죽도’에 대한 주민들의 아쉬움은 짙어지고 있다. 산업화로 잃어버린 고향과도 같은 이 공간을 주민들에게 되돌려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 죽도 관광자원화 백지화에 ‘아쉬움’

“한창 죽도를 개발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더니, 안하는가요? 기대했는데…. 이제는 남구청에서도 관심이 없는 것 같네요.”

남구청의 ‘죽도’ 관광자원화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된 이후 주민들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평생 장생포에 살고 있다는 60대 주민은 허탈한 심경이라고 했다. 3~4년 전 남구청 공무원들이 수차례 죽도를 드나들 때만 해도 그는 기대감에 들떴다. 어릴 때 뛰어놀던 ‘죽도’를 다시 마음껏 밟아볼 수 있을 수 있단 생각에서였다. 비록 옛 모습은 아니더라도 가서 보고, 느끼고 싶었다고 했다.

주민들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죽도’는 산업화로 잃어버린 고향으로 대변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장생포 출신의 최형문 전 울산시의원은 “오랜 세월 장생포 주민들은 산업화를 위해 고향이 훼손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환경오염 등을 감내해야 했다”며 “이제는 장생포 주민들에게 죽도를 되돌려줄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장생포 해상공원 등 연계 개발 필요

고래문화특구에서는 그 콘텐츠만큼이나 다양한 사업이 추진 중이다. 특히 제 역할을 다 한 옛 건물을 새로운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총 107억7,500만원을 들여 준공한 어린이 고래 테마파크 JSP웰리키즈랜드는 해군 231전진기지 생활·업무공간으로 사용되던 건물에 들어섰다. 지난해 문을 연 장생포 아트스테이는 옛 신진여인숙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옛 세창냉동 건물은 올 연말 복합문화예술공간인 A-팩토리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고래문화특구의 버려진 공간들이 하나둘씩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면서, ‘죽도’의 활용 필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죽도’와 맞닿아 있는 옛 미포조선 부지는 장생포 해양공원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용역 범위에 ‘죽도’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환상의 섬’ 스토리를 덧입힌 둘레길 등을 제안하고 있다.

최형문 전 시의원은 “관광자원으로서 ‘죽도’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며 “해안가를 따라서 죽도까지 산책로를 연결하고, 대구의 ‘김광석 거리’같은 스토리를 입히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시교육청 관리 ‘골머리’… 남구청 “장기적 검토”

‘환상의 섬’이던 ‘죽도’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남구청과 건물과 부지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 울산시교육청 사이에서 어느새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016년 3월께 남구청 관계자들이 교육청을 방문해 죽도 활용에 대해 논의를 했었다”며 “사실상 버려진 죽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비용을 두고 입장 차이가 너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교육청이 요구하는 감정평가액 20억원과 남구청이 원했던 무상사용. 이 간극이 좁혀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남구청은 최근 고래문화특구 일대에 추진되는 여러 사업들로 비용적인 부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죽도’ 활용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들을 대변하는 남구의원들도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장생포동이 지역구인 방인섭 남구의원은 “오랫동안 죽도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데 크게 아쉽다”면서 “남구청에 죽도 활용을 위한 연구용역 등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학 남구의회 의장은 “죽도와 옛 해상교통관제센터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