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시인 ‘육필의 향기’ (170)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

2019-12-30     고은정
   
 
  ▲ 반칠환 시인 <새해 첫 기적> 육필원고.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오늘 2019년 기해년의 해가 저물고 내일이면 2020 경자년 새해가 떠오른다. 설한풍이 제아무리 뼛속까지 파고들고 질긴 어둠이 우리네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게 할지라도 새해는 어김없이 오고야 만다. 이 새(新)라는 말과 첫(初)이라는 의미 앞엔 누구나 엄숙함과 경건함을 더한다. 만약 신께서 굽어 살피신다면 너와 나의 오류를 헤아려 새로운 기(氣)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그러기에 새해라는 말만 들어도 행복하다 못해 마음이 들뜨는 것은 아닐지. 내 사는 이곳, 모든 개체가 한 날 한 시에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땅의 도(道)와 하늘의 도가 일치하는 것이리라.



●시인 반칠환(潘七煥·1964년~ ). 충북 청주 출생. 청남초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2년「동아일보 신춘문예」에 詩『갈 수 없는 그곳』, 『가뭄』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시부분 창작지원 수혜.  2002년 서라벌문학상,  2004년 자랑스런 청남인상 수상.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동아일보 문화면에 주1회〈이 아침에 만나는 시〉를 연재함.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웃음의 힘》, 《전쟁광 보호구역》 등.  시선집《누나야》, 장편동화《하늘 궁전의 비밀》, 《지킴이는 뭘 지키지》,  시해설집《네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꽃술 지렛대》, 《뉘도 모를 한때》,   인터뷰집 《책, 세상을 훔치다》 등.  현재 시와 산문을 쓰며,  생태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