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농업’에서 미래를 꿈꾸는 청춘들 이용화 ㈜숲속의 작은 친구들 대표 곤충덕후의 ‘생육’아이템, 체험장·항온생육기로 ‘승승장구’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경운기를 끌고 논두렁을 거니는 모습. 농촌의 흔한 풍경은 이런 고정관념에서 시작된다. 최근 청춘들이 이 틀을 깨고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청춘들이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농업은 다르다.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된 농작물을 단순히 시장에 내다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산업도시 울산은 농업에서만큼은 ‘느림보’다. ‘스마트팜’이나 ‘6차산업’에서 이제 걸음마를 겨우 뗄 정도다. 이런 울산에서도 청춘은 농업을 그리고 있다. 도·농복합도시 울산에서 청춘들이 그리는 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직장생활 병행 왕사슴벌레 키워
첫해 매출 3,000만원 ‘부업’ 수준
2016년말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상북면 체험장 운영…매출 ‘껑충’
2018년 항온 곤충 생육기 개발
생육도구 등 판매 상품 1,200개
2019년 매출 6억원 ‘승승장구’
한가지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일컬어 요즘말로 ‘덕후’라고 한다. 그러다 성공한 사람은 이른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다. 어릴 적 부모님 몰래 책장에 모래더미를 쌓아두고 개미를 키우던 ‘곤충 덕후’에서 번듯한 곤충 사업가가 된 인물이 있다. 울산 울주군의 ㈜숲속의 작은 친구들 이용화(38) 대표의 이야기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상가 건물에 위치한 ㈜숲속의 작은 친구들 본사. 사람보다 곤충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이 회사는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이용화 대표의 ‘곤충 사랑’에서 시작됐다.
“4~5살 때였던 것 같아요. 모래를 퍼 와 책장에서 몰래 개미를 키웠어요. 나중에 들켜서 부모님께 크게 혼이 났는데, 그 뒤로도 매미나 메뚜기 같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을 계속 키웠죠.”
곤충에 대한 이 대표의 애정은 성인이 된 이후로도 이어졌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기계공학부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곤충과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갖게 됐지만 이 대표는 늘 ‘곤충’과 함께 했다.
“처음에는 대학도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그때 IMF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는데, 기술직이 아니면 불안하다는 부모님의 뜻을 꺾을 수 없었어요. 기계공학부로 진학했고, 졸업한 뒤에는 경주의 방위산업체 부설연구소 개발팀 연구원으로 근무했어요. ‘곤충’은 취미였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곤충’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즐거웠다고 했다. 책장 한가득 왕사슴벌레 80~100마리를 키웠다는 그의 ‘취미’는 단연 남달랐다.
“10년 정도 회사에 있다 보니 미래가 빤히 보이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몇년을 더 있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겠구나.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니던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창업을 했어요.”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2015년 동구의 1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우선 취미로 키우던 왕사슴벌레를 늘려보기로 했다. 80㎜ 크기를 넘어야 상품이 되는데, 최대 100만원에 거래되는 상품을 500~600마리만 키워내도 수지타산이 맞다고 판단했다. 최대 86.5㎜의 왕사슴벌레를 키워내긴 했지만, ‘상품’ 목표치는 절반에 그쳤다.
첫해 매출은 3,000만원이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벌기엔 나름 쏠쏠했지만, 이 대표와 함께 일하던 동생이 전업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매출 규모였다. ‘부업’ 수준이던 사업은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눈에 띠게 성장했다.
“단순히 곤충을 생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2016년 말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상북면에 체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2017년 4,500여명이 체험장을 찾았고, 그해 매출이 1억8,000만원으로 훌쩍 뛰었어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건비를 지원받으면서 직원도 7명을 고용했다. 2017년 말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곤충 생산량을 늘렸고, 표본 용품이나 곤충 생육 용품 등 판매 상품도 다양화했다.
곤충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진 덕분에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 결과물이 ‘항온 곤충 생육기’다. 곤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장치다. 같은 종류의 곤충도 나이에 따라 적절한 온도가 다른데, 이른바 ‘곤충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소규모 장비에 대한 수요가 꽤 높았다. 몇몇은 와인셀러나 소주냉장고를 곤충 생육기로 사용할 정도였다. 이용화 대표도 소주냉장고에 곤충을 키웠다고 털어놨다.
“보통 냉난방기로는 방 하나의 온도만 조절할 수 있잖아요. 곤충 한마리를 키우는 데 손바닥만한 병 하나 정도면 충분한데, 넓은 방에 일정 온도에 맞는 곤충밖에 키울 수 없게 되죠. 소주냉장고도 써봤지만, 진동이나 소음 때문에 오히려 유충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이 대표는 2017년 상반기 ‘항온 곤충 생육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같은해 말 국내보다 곤충 시장이 훨씬 큰 일본에서 러브콜이 걸려왔다. 상품을 개발하면 3년 동안 9,000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경험을 살려 직접 제품을 설계했고, 2018년 초 금형을 제작한 뒤 그해 말 시제품이 탄생했다.
처음 제품을 받아든 이 대표는 “뿌듯함을 느낄 새도 없이 고쳐야 할 것들이 먼저 보였다”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3월 일본에 800대를 수출했고, 올해는 1,500~3,0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초 KC인증을 받아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150대 정도가 판매됐다. 최근에는 관공서에서도 제품 문의가 잇따르면서 올해는 나라장터 등록도 계획하고 있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왕사슴벌레만 10종 이상을 비롯해 개미와 무당벌레 등 현재 30여종의 곤충을 키우고 판매하고 있다. 생육 도구와 사육 키트 등 판매 상품만 총 1,200개에 이른다. 곤충을 이용한 연구용역, 전국의 곤충 전시체험장 설치 등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면서 2018년 3억원, 2019년 6억원으로 매출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10명 안팎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올해 4월 이전을 목표로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에 부지 100평, 2층 규모의 생육장과 체험장, 사무실을 갖춘 신사옥을 짓고 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보호종과 같은 우리나라 곤충들을 복원하는 일이다. “일부 멸종위기 곤충이 울산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흔적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복원작업에 나서고 싶어요.”
(인터뷰) “‘농업+제조업’ 수익구조 다변화·사업가 마인드 필요”
“스스로 농산물을 키워내는 생산자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사업가라는 생각이 필요하죠. 단순히 농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숲속의 작은 친구들 이용화 대표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강조했다. 그는 농업의 미래 성장가능성은 크다고 판단하면서도, 농업‘만’으로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분명 제조업이 매력적인 분야였을 겁니다.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였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자본 투입 대비 확보할 수 있는 이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제조업은 어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농업은 20~30%의 이윤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입니다. 곤충은 이윤이 40~50% 수준으로 더 높죠. 이 농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조업을 추가하면서 수익구조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청년창업농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중’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곤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에게도 사업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 5년은 계획을 세우고 뛰어드는 게 맞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함께 ‘월급을 받는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어쩔 수 없는 불안감’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청년창업농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경영이든 자금 흐름이 막히면 어려워지기 마련이죠.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조달 방법을 정리한 목록 같은 정보가 공유되면 좋겠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머릿속으로 상상해온 아이디어를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받은 것도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어요. 교육이나 인력을 지원하는 게 더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