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태풍 ‘차바’ 때 혁신도시 우수저류조 제기능 못했다” LH 책임 인정
태화·우정시장 상인·주민 등 일부 승소 판결… 22억여원 배상명령
울산시·중구 상대 기각 “인과관계 인정 어렵다”
주민들 “시·중구 책임 없단 판결 납득 안돼”
태풍 ‘차바’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한 울산혁신도시의 우수저류조(빗물저장시설)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중구 태화·우정시장 일대의 수해(水害)를 키웠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정효채)는 태화·우정시장 상인과 주민 등 172명이 울산시와 중구, LH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30일 판결했다.
원고 측은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울산시와 중구의 하수도시설과 하천시설의 관리 미흡과 LH가 우정혁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설치한 우수저류조의 하자로 인해 태화·우정시장 일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며 2017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 가운데 LH가 설치한 혁신도시의 우수저류조의 문제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LH가 우정혁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설치한 우수저류조 등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하자가 있고, 그로 인한 상당부분 손해를 확대한 잘못이 인정된다”면서 LH에 20%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울산시와 중구 측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울산시와 중구가 설치, 운영하는 공공하수로 등 하천시설에 대해서는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일부 하자를 인정하더라도 대부분 피해는 천재(天災)인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로 인한 것이고, 손해와 직접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인과 주민 등이 청구한 총 피해액 139억여만원 가운데 70~80%만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으나, 손해를 실질적으로 정확하게 입증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점 등을 참작해 법원 직권으로 손해 규모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LH 측이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액은 22억여원 수준이다.
선고를 지켜본 태화·우정시장 상인과 주민들은 울산시와 중구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영찬 태화·우정·유곡로 재난대책위원장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한 용역에서도 46%의 인적 책임이 인정됐다”면서 “이번 판결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렵고, 배상액도 기대에 못미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항소를 원칙으로 판결문을 분석한 뒤 대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당시 울산에서는 시간당 최대 139㎜ 폭우가 쏟아지면서 저지대인 태화·우정시장 일대 3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대부분 물에 잠기고, 사망자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