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의료진·연구자·봉사자·시민 모두 코로나19 잘 견뎌내는 중
인류와 바이러스는 서로 간 공방 반복하며 함께 진화하는 것
공진화 숙명 받아들이며 다양한 생명체와 공생법 생각하길
외롭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늘 다른 존재와 함께 있다. 그들은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선충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우리 피부와 뱃속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장 속에 사는 유산균과 대장균, 위산을 견딘다는 헬리코박터균은 우리 몸에 사는 유명한 세균들이다. 손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좀은 곰팡이이며, 피곤하면 올라오는 입술 물집 주인공인 헤르페스는 바이러스다. 선충, 회충이나 벼룩 같은 작은 동물들도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장 내 미생물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장 속은 언제나 따뜻하며, 주기적으로 물과 음식이 공급되는 좋은 서식지인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한 마리의 대형포유류가 아니라 거대한 초유기체이며, 셀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의 거대 서식지이다. 미생물은 우리의 소화를 돕거나, 우리를 병원균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 우리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인 빌게이츠는 2015년 TED강의에서 앞으로 몇십 년간 무엇인가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쟁이 아니라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우리는 전염병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싸움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들, 진단 키트와 백신을 개발중인 연구자들, 의료진과 연구자를 돕는 봉사자들,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시련을 견디고 삶을 유지하는 시민들까지,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잘 싸우고 또한 잘 견뎌내고 있다.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삶을 지키고, 나아가 국경 너머 다른 나라까지 방역 시스템과 물품을 전파하고 있다. 이렇게 잘 싸우면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전염병 걱정 없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까?
비슷한 예를 보자. 달고 맛있는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과수원엔 까치가 골칫거리다. 까치들은 크고 잘 익은 과일들을 골라 쪼아먹음으로써 과수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 이 골칫거리 까치를 다 없애버리면 과수 농가는 유해조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까치가 사라지면, 직박구리가 올 것이고, 직박구리를 없애버리면 어치나 물까치가 올 것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숲과 들판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달고 맛있는 과일들이 거기 있으니까. 닭과 오리, 소와 돼지 같은 가축들도 오랜 세월 전염병과 싸워오고 있다.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들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곰팡이들의 훌륭한 서식지이다. 인류는 작금의 문명을 이룩함으로써 인간과 가축이 통통하고 건강하게, 높은 밀도로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마치 탐스러운 과일이 가득 달린 과수원처럼 말이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우리는 또 다른 전염병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선 “코로나19 발생 이전 세상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생활 방역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보건 뿐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일상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밀도를 조절하고, 밀접한 접촉을 피하게 될 것이다. 개인의 자유의지와 집단의 안전 사이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구조개편도 이루어질 것이다. 기본소득이나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처럼 평소에 적용해보지 못했던 실험적인 아이디어들은 이미 우리 삶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진화 같은 것이다. 바이러스는 인류 방역 체계와 개인의 면역 체계 빈틈을 공략하기 위해 진화하고, 인류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방역 체계와 백신을 정비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집단 면역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서로 공방을 반복하며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와 인류의 공진화는 지구의 환경과 다른 생명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가 멈춰선 사이, 출입이 통제된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 바다거북의 알이 부화하고, 임시 폐쇄된 동물원에서는 판다가 짝짓기에 성공했다. 지구는 만성적인 대기오염으로부터 잠시 한 숨 돌리고 있다. 인류의 삶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지금, 인류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삶의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자. 그리고 공진화의 대열에 합류하자.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학자와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진들을 응원하자. 규칙을 잘 지키고, 멀리서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챙기자. 우리와 함께하는 다양한 생명체의 존재를 좀 더 잘 이해하고, 그들과 공생하고 함께 진화하는 법에 대해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