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9주년 기념’뉴스 에세이] 종이신문 진화할 수 있다…특종 기사로 살아남자

2020-07-16     김병길 주필
종이신문은 아직도 진화할 여지가 많은 매체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김병길 주필

 

 ‘특종 강하다’는 브랜드 파워 쌓일수록
  온라인 제보의 양과 질이 높아져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과의 협상에 유리

  온라인 오픈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전통 있는 소규모 지역신문 쇠퇴우려
  수록정보 콘텐츠의 양 현저히 줄어들어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식자는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라 종이신문이었다. 신문에 광고를 싣기위해 대기업의 광고 담당직원이 돈을 싸들고 신문사 앞에서 줄을 섰었다는 전설의 신문에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금 독자들은 이미지를 넘어 영상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 전통적인 텍스트 전달 방식은 식상해져 버렸다. 속보성은 진작 인터넷에 자리를 내주었다. 신문지는 배달음식 덮개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그럼에도 신문은 19세기적 사명감과 계몽 역할에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종이 매체의 글을 집중해 읽는다는 건 언제부터인가 사치가 되어버렸다. 읽을 시간도 있어야 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 됐다. 스마트폰이나 PC등 디지털로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비하면서 말이다.

인지학자들은 디지털 읽기가 확산되면서 인류의 읽기 패턴도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글을 얼마나 잘 읽는지는 얼마나 깊이 읽는지에 달렸는데, 디지털 매체의 특성상 집중의 질(質)이 떨어지고 결국 ‘깊이 읽기’가 어려워 질 확률이 크다는 설명이다.

디지털로 글을 읽는 사람의 시선을 추적하면 화면에 ‘F’자 형태가 나타난다. 처음 두어줄을 지그재그로 읽다가 결론으로 휙 내려가는 방식이다. 띄엄띄엄 읽는 만큼 이해력도 떨어진다.

이런 F자형 읽기는 디지털로 기사를 읽은 뒤 댓글을 읽거나 댓글을 달 때에도 도드라진다. 댓글을 많이 다는 사람들은 정작 기사 본문을 많이 읽지 않는다. 제목만 읽거나 기사 일부만 보고 바로 댓글을 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댓글에도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쓰는 대신 다른사람의 댓글에 집중적으로 의견을 달거나 상대를 비방하기에 바쁘다.

이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자사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기사본문과 무관하게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편을 드는 정파적인 댓글이 넘쳐나고 특정 집단을 혐오하거나 일부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이 쏟아진다. 분열과 혐오로 민주주의가 후퇴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한국인 10명중 8명은 이제 모바일로 신문기사를 접한다. 또 10명중 4명은 참고서와 교과서 등을 제외하면 1년에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는다.

깊이 읽는 습성은 시민들이 비판적인 사고와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충분히 토론하며 이뤄가는 숙의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디지털로 읽더라도 허둥지둥 산만하게 읽지 말아야 할 이유다. 혹은 앞에 두어줄 읽다가 이 부분으로 넘어왔다면 종이 매체와의 호사스러운 접촉을 한번쯤은 꿈꿔보시라. 책이든 잡지든 신문이든 무엇이든 좋다.

“종이 매체의 불황을 재미있는 것을 못만들어 내는 변명거리로 삼아선 안됩니다. 우리는 특종기사로 살아남을 겁니다.”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신타니 마나부(新谷學) 편집국장은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주 57만부를 발행하는 주간문춘은 일본 시사 주간지 가운데 최대부수와 영향력을 자랑한다.

1등 비결은 특종이다. 거물정치·기업인도 비리 의혹을 다룬 특종 한 방으로 사퇴시킨다. 최근 7~8년간 이 잡지 특종으로 물러난 주요 인사만 30여명이다. 포화를 맞으면 누구도 못 버틴다고 붙여진 ‘문춘포(砲)’란 말은 2016년 일본 ‘올해의 유행어’ 최종후보에 올랐다.

주간 문춘에 특종이 많은 것은 ‘노리기 때문’이다. 우직하게 특종을 노리는 미디어가 의외로 적다. 경쟁판에서 미디어가 스스로 내려가고 있다. 특종은 시간·돈이 많이 들고, 확인이 안 돼 버리는 게 많고 기사가 돼도 고소당할 위험도 크다.

그런데 왜 특종에 집착할까. 인간에 대한 흥미의 원점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얘기는 재미있다. 어리석기도 추하기도, 귀엽기도, 아름답기도 하다. 주간 문춘 기자 60명 중 40명은 전담하는 기관·분야가 없이 현장을 누빈다. 이들의 미션은 오로지 특종 발굴이다.

‘특종에 강하다’는 브랜드 파워가 쌓일수록 온라인 제보의 양과 질이 높아진다. 저격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독자 절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살아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콘텐츠의 재미다. 강력한 콘텐츠만 있다면 플랫폼과의 협상에서도 더 유리해 질 것이다.

“오랜 역사의 신문들이 사라지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말하는 ‘가짜뉴스’ 보다 더 걱정된다.”

온라인 오픈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지미 웨일스 공동창업자가 말한 종이신문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보의 보고인 신문이 사라지면 위키피디아에 수록할 수 있는 정보 콘텐츠의 양도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수십 년의 전통이 쌓인 소규모 지역신문의 쇠퇴를 우려했다.

지역신문이 사라진다면 위키피디아가 그 지역에 대한 좋은 콘텐츠를 작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종 언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는 젊은 세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신문에 대한 신뢰도 또한 계속 하락 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이 가지지 못하는 가치를 종이신문은 갖고 있다. 종이의 촉감과 색, 그리고 큰 판형이 있다. 이것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인포그래픽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배달음식 덮개에서 벗어나 그 지면 만큼은 벽에 붙여 놓고 보고 읽을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노트북이나 웬만한 PC화면으로는 담을 수 없는 크기와 만질 수 있고 넘길 수 있으며 접히는 물성을 가지고 있다. 신문은 현존하는 가장 큰 크기의 종이 매체다. 아직도 진화할 여지가 많은 매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