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반구대암각화 ‘물고문’ 언제까지 눈 감을 건가

2020-07-23     .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어제부터 또 물에 잠겼다. 오후부터 사연댐 수위가 이른바 암각화 침수 마지노선인 해발 53m를 넘겼다. 최근 계속된 비로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상당기간 암각화의 하단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대가 오늘까지 울산지역에 최고 150mm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걱정이다.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긴 것은 지난 14일 폭우 때에 이어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태풍 다나스(7월), 링링(9월), 타파(9월), 미탁(10월) 등으로 인해 침수가 반복됐다. 반구대암각화는 1965년 하류에 사연댐이 생기면서 해마다 수 차례 잠겼다 노출됐다를 반복하고 있다. 풍화등급 5단계의 연약한 바위 면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반구대암각화가 7천년의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이 새겨진 바위의 독특한 형태가 침수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천정부에 해당하는 곳이 약 5m 가량 돌출 되면서 처마 역할을 해 빗물이 바위 면에 닿지 않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실제 어제 현장에서 확인해보니 주변 바위면 대부분이 빗물에 축축하게 젖어있는 반면 암각화가 그려진 바위 면은 빗물에 의한 침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단부에서부터 물이 차오르면서 바위그림이 잠기기 시작했다.

암각화가 그려진 암석은 점토가 굳어 생성된 셰일로 물과 바람에 취약하다고 한다. 물에 잠길 때마다 광물이 녹아 미세한 구멍이 나거나, 그림이 그려진 암석이 떨어져 나간다. 물이 빠지면서 암면도 함께 부스러지고, 빠른 유속과 부유물에 의해 충격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상류에 대곡댐이 준공되면서 암각화의 침수 기간과 빈도는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장마와 태풍에 의한 집중호우 발생엔 속수무책이다.

반구대암각화를 침수에서 구하는 방법은 하류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일이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방류)의 높이는 60m인데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암각화 바위면은 53m일 때 물에 잠기기 시작해 57m가 되면 완전 침수된다. 수문설치 등의 방법으로 여수로의 높이를 50m 아래로 낮춰야만 영구적으로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울산 시민의 식수 부족 문제 때문에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청도 운문댐 용수를 끌어오기 위해 정부의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지자체간 이해가 맞물리면서 현실화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통합물관리방안이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꺼림칙하다.
정부와 문화재청, 울산시가 반구대암각화의 침수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암각화를 ‘물고문’에서 해방시킨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당장 그 일부터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