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215mm 폭우에 속수무책... 만조 겹치며 피해 더 키워

최대 시우량 81mm 차바 이후 최고... 운전자 사망, 여천천 범람 등 피해 잇따라
울산 폭우 때 '만조' 알리는 재난문자 필요 지적
반구대 암각화 '물고문' 계

2020-07-26     김상아
   
 
  ▲ 지난 24일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장마전선이 몰고 온 폭우에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와 부유물로 가득한 물속에 완전히 잠겨 있어 이곳을 찾은 행락객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호우 특보가 발효된 지난 23일 울산지역에서 최대 215.5㎜의 폭우가 내렸다. 급류에 휩쓸린 운전자 1명이 사망했고, 토사 유출, 주택과 도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는데, 특히 만조가 겹치면서 피해가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조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 차바 이후 최고 시우량에 피해 속출=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23일 울산에는 108.5㎜의 비가 내렸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된 지점별로 보면 온산이 215.5㎜로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어 간절곶 186㎜, 장생포 172.5㎜, 울기 157㎜, 정자 136.5㎜, 매곡 124㎜, 삼동 113.5㎜, 두서 109.5㎜ 등 순이었다. 특히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온산이 81㎜로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당시 삼동 131.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10시 42분께 울주군 서생면 위양천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 2대가 불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렸다. 이들 차량은 각각 형과 동생이 운전하고 있었는데, 앞서 가던 동생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형(59)은 휩쓸린 차량과 함께 실종됐다가 이튿날 오전 7시 42분께 사고지점에서 약 700m 떨어진 명산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구 도심을 흐르는 여천천 수위가 불어나면서 여천2교 일대가 범람하며 하천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는 물론, 상부 차도 일부가 물에 잠겼고, 주택·상가, 주차장 등에서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시에서 추진 중인 노후관로 정비공사로 차량 진출입을 위해 차수벽을 철거했는데, 주민들은 이 공사가 여천천 범람 피해를 더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하천수위가 도로수위보다 높아질 정도의 폭우였고, 우수맨홀이 다 역류가 되는 상황이어서 공사와 관계없이 침수피해는 발생했을 것”이라며 “정확한 원인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비로 인해 침수, 배수 지원, 차량 고립 등의 비 피해 신고가 48건 접수됐다고 울산소방본부는 밝혔다. 주택·상가 침수 21건, 도로 침수 12건, 사면 유실 5건, 어선 피해 4건, 차량 침수 2건, 하수처리장 기계실 침수 1건의 피해가 집계됐다.



# “만조 시간 정보 제공 시스템 필요”= 이번에 내린 폭우는 물이 차서 해수면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만조와 시간이 겹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조 때마다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조석 높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특히, 여름철 저기압 때 물이 많이 팽창하고 해수면이 보통 때보다 높을 때가 많은데, 이 시기를 대조기 만조라고 한다. 대조기 만조 때 호우까지 동반할 경우 해안가는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남해안과 서해안을 접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는 만조 시 주민에게 경고하는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는 만조 시간을 알려주는 정보 제공 시스템이 없어 별도의 재난 경고문자는 보내지 않고 있다.

울산시는 공식적으로 만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집계된 사례가 없으며,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과 환경부 낙동강홍수통제소 등에서 연구한 자료 등을 토대로 산은 비가 올 때 만조로 침수 피해가 나타나는 낮은 지형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침수 피해가 만조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국립해양조사원 조석예보표를 보면 폭우가 내린 23일 오후 9시34분 해수면 높이는 65cm로 이달 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차바’가 덮친 2016년 10월 5일에도 만조 시각은 오후 9시 21분으로 집중 호우가 내리기 시작한 때와 맞물렸다.

국립해양조사원 관계자는 “바다와 접해 있는 하천 하류 쪽과 상류 쪽에서 해수면 관측을 장기적으로 해서 절대적인 높이 차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구대 암각화 물고문 계속… 29일까지 200㎜ 예보= 이번 폭우로 사연댐 수위는 57m까지 오르면서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물고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폭우로 반구대 암각화 하단부가 잠기기 시작한 이후로 사연댐의 수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26일 오후 4시 기준 사연댐의 수위는 57.11m를 유지하고 있다. 사연댐 수위 약 53m에서 57m 사이에 위치한 반구대암각화는 현재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다.

울산기상대는 27일 오후부터 29일까지 약 200㎜의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하고 있어, 당분간 반구대암각화의 침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