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없는 ‘조롱 메모 자작극’ 보도…이재민 두번 울렸다

2020-10-18     이다예
   
 
  ▲ 울산 삼환아르누보 이재민 A씨가 머물고 있는 스타즈호텔 객실에서 발견한 메모지.  
 
   
 
  ▲ 울산 삼환아르누보 이재민 A씨가 개인 SNS 계정에 올린 글 캡처.  
 

메모 최초 발견자 “메모 작성자, 사과의사 전해…‘자작극’ 보도 강력대응”

 

▷속보=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이재민 임시거주시설인 스타즈호텔 내 객실에서 발견된 ‘불’ 관련 조롱성 메모글이 일반 투숙객 소행으로 추정(본지 2020년10월14일·15일자 보도)된 가운데 본지 보도 이후 한 외부인이 ‘메모글 쓴 것을 사과하고 싶다’며 호텔 측에 자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이재민 측은 여론을 고려해 적절히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는데, 일부 언론에서 해당 메모글은 ‘이재민의 자작극’이라고 보도하자 “허위사실”이라며 직접 반박하고 나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8일 이재민 A씨에 따르면 메모글 발견 첫 보도 이후 A씨 가족은 메모글 작성자가 호텔 측에 먼저 연락이 와서 누군지 확인한 상태였고, 주민들과 논의 후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5일 스타즈호텔로 파견 나온 울산시 법률상담팀을 통해 ‘서울에 사는 남자가 호텔측에 연락해 사과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지금은 이재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워낙 심하지 않냐. 비상대책위원회와 의논한 끝에 어느 정도 상황부터 수습해놓고 뒤늦게라도 사과를 받는 형식으로 하자고 정했던 참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본지가 A씨로부터 입수한 메모지에는 오마이걸 ‘불꽃놀이’, 태연 ‘불티’,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블랙핑크 ‘불장난’, GOD ‘촛불 하나’, 전영록 ‘불티’, 옥슨80 ‘불놀이야’ 등 대중가요 7곡이 ‘이재민을 위한 play list’라며 순서대로 적혀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대형 화재 피해를 본 이재민을 저격한 것이 사실이라면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었다. 최초 메모글 작성을 놓고 내부 직원이나 외부인 침입, 자작극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지만 호텔 측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이재민 체크인 직전에 투숙한 일반 고객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에는 한 언론에서 조롱성 메모글이 이재민의 자작극이라는 기사가 보도됐다. 주요 매체 10여곳에서 같은 내용의 기사를 앞 다퉈 보도했다. 호텔 측이 CCTV 등을 통해 진위여부 파악에 나서자 SNS에 메모글을 올린 이재민이 스스로 한 일이라고 시인했다는 게 기사의 내용이었다. 즉, 이재민이 직접 메모를 써놓고 마치 객실 안에서 발견한 것처럼 제보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기사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재민들을 향한 비난 댓글은 더 심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번 조롱성 메모글이 이재민의 자작극이라는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모글 발견 사실을 호텔에 알린 뒤로 호텔 측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직접 전해들은 적도 없고, 모두 법률상담팀을 통해 진행 중이었다”며 “호텔 측에서도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말한 적 없다고 이날 이재민들에게 직접 밝힌 만큼, 법적 조치 등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SNS에 올린 메모글 관련 게시글을 비공개에서 지난 밤 공개로 전환하면서 ‘자작극이란 말은 허위사실임을 확실히 한다. 메모 작성한 사람이 호텔 측에 전화가 와서 비공개로 돌린 것’이라는 글을 추가했다.



삼환아르누보 화재 비대위 측도 이번 사태에 대해 “주민들의 마음을 죽인 살인죄 혐의”라며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김상훈 비대위원장(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호텔에서 자작극이라는 입장을 언론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힌 자료를 확보해뒀다”며 “한 순간에 집과 일상을 잃어 허망한 주민들에게 이 같은 아픔을 준 이들을 상대로 정정보고와 공개사과 요구는 물론, 메모글 최초 작성자 법적 대응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스타즈호텔 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호텔 관계자는 “(이재민의 자작극 기사는) 오보이자, 메모글 관련해서 더 알릴 상황은 없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메모글을 적었다며 전화로 호텔 측에 사과 의사를 밝혀온 사람은 이재민, 내부 직원 둘 다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