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세이] KTX울산역 개통 10주년…‘천성산 도롱뇽’과 함께

2020-11-04     김병길 주필
2004년 8월 당시청와대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오른쪽)이 도룡뇽 보호 KTX울산구간 천성산 터널 공사중단을 위한 단식농성 중이던 지율스님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 울산역 배제한 기본노선 확정
역 설치 최대공로자는 노무현대통령
도롱뇽, 터널공사중단 2조5천억 손실

개통전 한때 ‘빨대효과’우려 나돌아
10년간 광역교통망으로 자리잡아
울산공항 이용객은 절반 이하로 줄어

 

김병길 주필

 

 

2010년 11월 1일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대구~부산) 개통과 함께 2020년 11월 1일 울산역이 개통 10주년을 맞았다. KTX는 10년 세월이 흐르면서 울산광역시의 광역교통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당시 부산과 울산시민 일각에선 이른바 KTX 개통에 따른 ‘빨대효과(Straw Effect)’에 대한 우려로 희비가 엇갈렸다. 부산은 관광·유통분야에 유리하고 의료·문화는 불리할 것으로, 울산은 의료·유통분야가 걱정되고 관광과 경제 교류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울산의 경우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대구로 흡수되는 삼중의 빨대효과를 우려했다. 심지어 정주인구의 유출현상까지 우려됐다.

이같은 ‘빨대현상’은 2010년 개통 46주년을 맞은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에서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 지방 도시는 특유의 저력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극복했다. 

승객을 가득 싣고 날아가던 비행기 문짝이 갑자기 열리면 어떻게 될까. 만약 비행 중 여객기 사고가 나 문짝이 날아간다면 승객들은 빨대에 빨리듯 비행기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여객기는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지상과 똑같은 기압을 유지토록 돼 있다. 따라서 비행기 밖보다 기압이 엄청나게 높은 안에서는 아무리 장사라도 문을 열 수가 없다. 비행기가 실내 기압을 높여 안전을 유지하듯 울산은 ‘빨대효과’를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자는 것이 당시의 희망이었다.

정부가 지난 1990년 울산 역사를 배제한 채 경부고속철도 기본노선을 확정하자 41만4,000명의 시민 서명운동과 토론회, 20여차례의 대정부, 국회 상경 활동 등을 통해 2003년 11월 울산역사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시민운동가 송철호 변호사와 김성득 울산대 교수는 고속철도 울산역 유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최일선에 나서 맹활약 했다.

고속철 울산역 설치의 최대 공로자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2002년 지방선거전에서 시장후보(박맹우, 송철호)가 나란히 고속철 울산역 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이회창, 노무현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노무현 후보는 “인구 100만의 광역시에 고속철 역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당선 후에는 “없는 철도선도 땡겨서 역을 세워야 할 터인데 지나가는 노선이 있는데도 어찌 못세우느냐?”라는 논리로 건설교통부 관료들을 설득, 반대를 물리쳤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당선자시절 지율 스님 등이 제기한 경주~부산사이 천성산 노선이 쟁점화되었다. 

도롱뇽은 환경단체에서 천성산에 집단서식하는 꼬리치레 도롱뇽을 원고로, 철도시설관리공단을 피고로 사상 최초의 ‘도롱뇽 소송’을 제기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졌다.

도롱뇽 보호를 위한 천성산 통과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 중 터널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소송은 2004년 4월 9일 “자연물인 도롱뇽은 소송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울산지법의 각하 판결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무서운 도롱뇽의 힘은 꺾이지 않고 2006년 6월 대법원(최종심)의 가처분 신청 재항고 기각 결정 때까지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그 사이 지율 스님은 4차례 241일 단식투쟁으로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를 이끌었다.

도롱뇽 소송으로 수차례 공사가 중단되면서 2조5,000억원 경제적 손실이 추정되기도 했다.

2005년 환경영향 공동조사 완료와 함께 터널 발파 공사가 재개돼 2010년 11월 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역사적 개통과 함께 울산역이 문을 열었다.

천성산의 꼬리치레 도롱뇽은 일반 도롱뇽과 달리 몸보다 꼬리가 길어 붙여진 이름이다. 환경단체가 확인한 꼬리치레 도롱뇽 집단서식지는 천성산 습지 등 전국 38곳에 이른다. 그래서 멸종위기 목록에서는 제외됐다. 서식지가 많은 꼬리치레 도롱뇽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면 전국에서 각종 개발사업 중지 ‘도롱뇽 소송’이 줄을 이었을지도 모른다.

천성산 늪지의 꼬리치레 도롱뇽과 그 알을 지난 봄까지 수없이 볼 수 있었다는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늪의 습지환경도 터널공사 전과 변함이 없다. 하지만 2010년 11월 1일 경부고속철 2구간 개통직전까지 곤충이나 양서·파충류는 진동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개통된 다음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어렵게 연락이 닿은 지율 스님은 “터널이 개통되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벼르고 있었으나 도롱뇽은 사라지지 않았다.

KTX울산역으로 2010년 11월 1일 개통한 뒤 하루 이용객이 첫해 8,551명에서 2019년 1만6,715명으로 2배 가량 증가하는 등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 수단이 됐다.  

반면 울산공항 이용객 수는 2010년 98만887명에서 2014년 45만7,060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8년 81만7,341명으로까지 회복됐으나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올해 9월 현재 37만1,713명에 그쳤다. 지난해 국제선 부정기선 취항, 울산~제주 노선 확장, 하이에어 취항 등으로 반등을 노렸으나 치명적인 악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