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제철새이동경로 등재 현장 심사를 마치고

2020-12-16     김미라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주무관

‘철새 이동경로등재국제기구’의 울산 방문
생물 다양성 자료축적 필요성 절실히 느껴
시민과 새가 함께하는 ‘생태관광지’ 만들 것

김미라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주무관


울산 태화강, 회야호 등이 국제적으로 철새 이동 경로 지점으로 인증받는 심사를 받았다. 국제기구 소속 외국인들이 울산 철새들을 보러왔다. 코로나 19 시대에 외국인들과 하는 행사여서 남다른 느낌이 있었다.
지난 2013년도에 이어 7년여 만에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태화강 중하류만을 대상으로 했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넓게 잡았다. 철새 이동경로등재국제기구(EAAFP)측에서도 신청서를 받고 ‘석유화학, 중공업 등 거대한 공장들이 많고 도시 가운데 위치한 태화강에 새들이 그렇게 많이 오냐?’는 질문을 했다. 현장에서 새들을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심사단이 태화강을 찾은 날인 지난 11월 10일, 오후 태화강 하구 모래와 억새밭 사이로 1,000마리 이상의 물닭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민물가마우지들이 모래톱 위에서 날개 말리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 모습들도 관찰됐다. 이동 중에도 여름에 볼 수 있는 백로들이 겨울 강가에서 노니는 모습도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여름 67일간의 왜가리 육추 영상이 화제로 나왔다. 사무실에서 새 관찰을 가능토록 한 철새관찰폐쇄 회로 카메라(CCTV)를 보고 더욱 놀라는 눈치였다. 하구 쪽 물새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고 하니 ‘너무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했다. 그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산책하는 시민들과 철새들과의 거리였다.

불과 5m 이내 정도였다. 시민들은 새들에게 곁눈질만 하고 지나간다. 새들도 겨울을 나기 위해 온 지 얼마 안됐지만, 사람들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물 아래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먹이활동을 할 뿐이다. 먹이를 찾으러 물가로 왔다가 휴대폰을 들고 새들을 향하는 사람이 가까이 오면 잔잔한 `V`자 물결을 만들면서 가운데로 천천히 이동하고는 이내 또 멈춰 있다가 다시 먹이활동을 한다. 날면서 에너지를 쓸 일이 아님을 새들이 더 잘 아는 듯했다.

새와 물고기가 떠날 정도로 오염된 강을 살려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시민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다. 다시 돌아온 물고기와 새를 돌보는 것 또한 시민들 스스로가 책임을 갖고 행동할 때 가능해진다. 그렇게 될 때 세계인들은 울산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태화강이 물이 맑아지면서 물고기가 오고 뒤따라 새들도 다시 오고 있다. 종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늘 지적받고 부족하다는 느끼는 것이 ‘어떤 새가 얼마나 오는 자료’를 갖고 있느냐? 고 물을 때다. 이번 심사를 받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겨울 철새 모니터링이나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했다. 그런데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자료가 못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되는 자료는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 조사자료가 우선이었다. 울산을 부산, 경주와 함께 겨울 철새 조사대상지로 묶어 조사하고 기록한 내용을 주로 활용했다. 그런데 이 자료도 울산 조사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얕은 지식의 필자가 봐도 새들의 보금자리인 삼호대숲에 여름엔 백로, 겨울이 되면 떼까마귀가 해마다 해외여행을 갔다 자기 집으로 돌아오듯 오지만 몇 마리가 오는지 정확히 기록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 시 생물 종 구축사업의 절실함을 깨닫게 했다. 생물 종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생태계교란 생물은 퇴치하고 멸종위기종은 보존하는 사업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는 야생생물의 종류와 분포현황을 모으기 위해 우선 시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생물학자를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민 생물학자 스스로 조사 활동을 하면서 얻은 자료를 시와 공유하는 개념이다. 기록들이 모이고 쌓이면 울산생물 다양성 역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선사시대 포경문화를 기록으로 후세에 전하듯 기록 잘하는 민족이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울산 태화강의 새로운 생태자원인 철새를 관찰하고 안내하는 울산 조류관찰자(버드워처)들도 양성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경험이 쌓인다면 울산 새들을 시민들이나 외지인들에게 알고 느끼고 새를 보호하는 생태관광지로 만드는데 첨병 역할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