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봄에 찾아오는 동해안 대설

2021-02-18     박광석 기상청장

동풍과 해수면 온도 영향 눈구름 형성
수온과 대기 온도 차 클수록 더욱 발달
행동요령 숙지해 안전한 겨울 마무리를

 

박광석 기상청장


입춘이 지나고 우수 경칩이 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옛말처럼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다. 겨우내 기승을 부리던 강추위의 기세는 조금 꺾였지만, 겨울철 불청객인 대설(大雪)이 여전히 봄을 위협하곤 한다. 
대설이란, 많은 양의 눈이 시간적·공간적으로 집중되어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상청에서는 24시간 내린 눈을 기준으로 새롭게 내린 눈의 양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주의보를 발표하고, 20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경보를 발표한다. 대설은 많은 양의 눈이 한꺼번에 내리는 폭설을 동반하며, 교통 및 시설물 피해나 인명 피해를 유발한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한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수일 동안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그동안 동해안 지역은 2월에 발생한 대설로 인한 피해를 다수 경험했다. 지난 2011년에는 2월 11일부터 5일간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동해안 대부분 지역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의 눈이 관측됐다. 특히 기록적인 눈이 내리기 힘든 영남권역에도 최고 20cm 이상의 폭설이 내리면서 도심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 또한, 지난 2014년 2월 6일부터 무려 9일간 내린 폭설로 인해 강릉지역에는 1m가 넘는 눈이 관측됐고,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는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강당이 붕괴하면서 1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0여명이 부상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일어났다. 

그렇다면 동해안 대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동해상으로부터 유입되는 동풍(東風)에서 찾을 수 있다. 겨울철이 되면 시베리아 부근의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한반도 상공으로 남하한다. 이에 동반된 찬 공기가 동진하는 중에 한반도 동쪽의 한랭한 절리 저기압에 가로막히면, 동해상으로는 북동풍 계열의 바람이 발달하게 된다. 동풍은 해상을 통과하면서 포화되고 눈구름을 형성해 주로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대설의 영향을 준다. 또한, 한반도 남동쪽 해상으로 저기압이 통과하고 북쪽에 찬 대륙고기압이 위치하는 북고남저형 기압배치에서도 동해상의 동풍은 강하게 발달한다. 특히, 동해상의 따뜻한 수증기가 저기압으로 공급되면서 동풍으로 인한 눈구름은 더욱 발달하게 돼 동해안 전 지역에 대설의 영향을 줄 수 있다. 

동해안 대설의 조건은 해수면 온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동해상의 해수면 온도는 겨울에도 5~15℃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찬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따라 지날 때 해수면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대류 현상이 발생해 적운형 구름이 발생한다. 특히 수온이 따뜻할수록 바다로부터 더 많은 열을 공급받고, 수온과 대기의 온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대류가 활발해지므로 눈구름은 더욱 발달한다. 특히 동해상을 통과해 해안지역으로 유입되는 눈은 수분이 많고 응집력이 강하다. 눈이 쌓이게 되면 그 무게가 상당하므로 대설로 인한 피해에 유의해야 한다. 

온화해진 기온과 누그러진 바람에 마음 설렌 것도 잠시, 동해안 대설은 3월이 돼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안심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눈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만 잘 맞으면 언제든지 대설은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눈에 대비하는 행동요령을 숙지해 안전하게 겨울을 마무리하고 완연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