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공무원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 ‘전방위 압박‘

울산시,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등 7개 사업 토지거래내역 5,928건 확인

2021-03-31     조혜정

개발업무 담당 전·현직 공무원·배우자 등 3,000여명 조사 
울산경찰청도 “투기혐의 공무원 등 3명 수사…3기 신도시 포함“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 ‘셀프 땅테크’ 의혹 보도 법정공방 비화될 듯  


울산시가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개발과 장현도시첨단산단 조성 등 7개 대형사업 부지에서 이뤄진 6,000여건의 토지거래 내역을 확보, 내부 개발정보를 빼내 부동산 투기를 한 공직자가 있는지 발본색원 하기 위한 특별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셀프 땅 테크’ 의혹을 단독 보도했고, 때 맞춰 울산경찰청도 3기 신도시(경기 광명·시흥지구) 등에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공무원 등 3명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LH 일부 직원의 땅 투기로 점화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가 울산에선 한 언론사가 쏘아올린 송 전 부시장의 땅 테크 의혹을 신호탄 삼아 행정과 경찰 등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31일 울산시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단에 따르면 특별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지역 내 7개 대형 프로젝트의 사업 부지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건수는 모두 5,928건(중복 포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토지거래 내역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한국부동산원)을 통해 확보했다. 단, 5,928건(명) 중에는 일반시민들의 거래 내역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누가 공직자인지 가리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입력해 조회해야 한다.

관건은 이들 중 특별조사 대상인 공직자가 있는지, 있으면 과연 몇명인가 하는 부분이다.
특별조사 대상 공직자는 △장현도시첨단산단 △다운2 공공주택지구 △울산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야음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부지 △농소 민간임대주택건설 △강동 민간임대주택건설 등 7개 대형사업의 개발업무를 맡은 전현직 공직자(퇴직자 포함)와 그 배우자, 직계 비존속 3,000여명이다.
이 3,000명은 해당 사업과 관련한 ‘구역지정’이나 ‘공모’, ‘사업계획 확정’이 공개된 날을 기준으로, 5년 전부터 근무한 이력이 있는 공직자 본인이거나, 그 가족들로 구성됐다.
시는 이들 3,000명 중 현직 공무원 400여명과 그 배우자 350여명 등 1차 조사대상자 750여명에 대한 명단을 파악하는대로 부동산 거래내역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받아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착수는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현직자의 직계 비존속, 퇴직자, 퇴직자의 배우자와 직계 비존속 등 2차 조사 대상자 2,250여명에 대한 명단을 추가 확보해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만약 개인정보제공을 거부하면 공무원은 징계하고, 나머지는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날 울산경찰청은 울산경찰청대로 “부동산 투기 혐의로 모두 3명(3건)을 수사 중이다”고 밝히고 나섰다.
울산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에서 3기 신도시(경기 광명·시흥지구) 관련 의혹 1건을 통보받았고, 나머지 2건은 자체 첩보로 수사 중인데 이 중엔 공무원이 최소 1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아직 수사 초기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알릴 단계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다.

이처럼 경찰이 이례적으로 수사 사실을 공개한 건 이날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땅 투기 의혹이 신호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체는 이날 1면 기사를 통해 송 전 부시장이 교통건설국장 재임 시절(2014년 12월) 북구 신천동의 땅을 매입해 3억6,0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요약하면 송 전 부시장은 △주택건설사업 인허가 담당 국장으로 있으면서 아내와 함께 맹지 437㎡를 4억3,000만원에 매입했는데 △4개월 뒤 50m 인근에 아파트 건설(913가구)이 승인됐고 △5년 뒤 경제부시장을 지낼 땐(2019년 6월) 이 땅 바로 옆에 왕복 4차선 도로가 나도록 북구에 특별조정교부금을 내려주는 식의 ‘셀프 개발 땅 투기’를 했다는 거다. 아파트 건설과 도로 개발 소식에 땅값이 뛰었고, 송 전 부시장은 2019년 12월 해당 땅을 7억9,000만원에 매각했다.

반면 송 전 부시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관계가 다 틀렸다. 사실(팩트) 자체에 오류가 많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주택건설사업 인허가는 교통건설국장 담당이 아니고 △특별조정교부금은 일선 구·군이 시 예산실을 통해 교부받는 것이지, 경제부시장 소관 업무가 아니며 △해당 부지는 맹지가 아니라 매입당시부터 개발 계획이 수립돼 있었기 때문에 개발정보를 악용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공동명의로 매입하자고 권유해 당시 현장을 가보지도 못하고 친하게 지내던 세 집이 함께 사들였다“면서 “이후 2019년 당시 주광덕 국회의원과 한 언론이 해당 토지 소유 문제를 비판해, 애초 매입을 권했던 지인에게 넘겼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울산경찰청은 “송 전 부시장 의혹이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 ‘울산시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 신고센터’(☎220-2091)에 접수된 자진신고는 모두 13건, 제보는 3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진신고자 중 이번 특별조사 대상에 포함된 공무원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개발정보와는 전혀 무관한 소방공무원이나 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소속 공직자, 또는 개발업무를 담당한 적 없는 시 공무원들이 자진신고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자신이 ‘무직’ 상태였을 때 거래한 내역까지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시는 제보의 경우 투기로 보기 힘든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조사는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