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기후변화에도 자리를 지키는 식물들
기후에 따라 찾아와 터 잡고 사는 많은 식물들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돌연변이종 탄생하기도
과거 식생환경 통해 탄소 저감 대책 고민해야
울산은 과거 생태 지형학적 식물군락지가 남아 있는 도시다.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던 상록활엽수들이 살던 가장 높은 위도(緯度)였고 추운 기후에서 살던 생물들이 내려와 자손을 낳으며 번창하던 식물들이다.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로 남쪽 식물들은 더 북쪽으로 북쪽 식물들은 부산까지 내려갔지만 그들은 온난화 기후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 65호 목도상록수림 내 동백과 후박나무 는 조선총독부가 공포한 ‘조선 보물 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호령’에 따라 1930년대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해 천연기념물 65호로 재분류 등록했다.
이 섬은 생물지형학적으로 난대(暖帶)성 상록활엽수림이 자라는 울릉도, 독도를 제외한 동해안에서 가장 높은 위도다. 일제 강점기에도 생태지형학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가적 보호를 했다. 동백이 유명해 동백섬으로 불렸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백 일본식 한자인 ‘춘도’로 불리던 것을 아직도 춘도(춘島로 말하는 어른들이 남아 있다. 당시는 생육한계선이었으나 지금 동백은 경북지역까지도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후박나무도 경주, 포항까지 심어지고 자란다.
‘차나무는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 4도 이하로 지속될 경우 살 수 없는 식물이다. 다운동에 차나무 자생지가 있다. 이곳은 ‘다전(茶田), 운곡(雲谷)이 다운동이 되었다고 한다. 지명으로만 봐도 ‘차’와 관련이 있다. 태화강변 베리 끝 지점 차나무자생지인 다운동을 넘어 경주 외동지역으로 가게 되면 겨울을 나지 못해 얼어 죽었다고 한다. 이제는 경주, 포항에서도 차나무들은 겨울철 꽃을 피우고 봄이면 새 찻잎을 내고 있다.
앵초과 여러해살이풀인 갯봄맞이꽃은 6월∼8월 사이 연홍색 꽃을 피운다. 식물이름에 ‘갯’이 붙은 것은 바닷가 식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 여름에 피는 꽃인데 ‘봄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왜 그럴까? 라고 보니 이 식물은 고향이 강원도 황해, 함북, 함남지방이다. 그 지역은 이때 즈음 봄꽃들이 피는 시기여서 이렇게 붙은 듯하다. 씨앗들이 바닷물을 타고 떠 내려와 포항 흥해에서 발견되다가 울산 북구 당사동 해안가에서 자생지가 발견됐다. 가장 남쪽으로 내려와 자라는 북쪽 식물로 기록됐다. 그런데 작년도에 동구 일산동과 울주군 강양 해안에서도 발견됐다. 더 내려가 부산 이기대 해안습지에서도 확인되었다. 자라는 곳이 주로 바닷가 바위가 있는 곳 습지이다 보니 자생지가 흔하지 않다. 이런 까닭으로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보호 받고 있다. 식물자체도 귀하지만 생태적 환경이나 자라는 장소가 또한 이야기보따리다. 이외에도 많은 식물 종들이 생태 경계선에서 세월변화를 견뎌내며 자손을 퍼트리고 있다. 울산자연역사 증인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왔다면 식물들이나 자연은 기후 따라 찾아와 터 잡고 살고 있다.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들이 한 자리에 만나다보니 특이한 모양을 한 식물 종이 태어나기도 한다. 한 번으로 그치기도 하고 대를 잇기도 한다. 돌연변이가 새로운 종으로 탄생하는 수도 많다. 따라서 생물전문가들은 ‘희귀한 종’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울산을 꼽는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식물들의 식생 한계선은 걸어가기도 힘들만큼 멀리 옮겨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예전 경계선에 있던 식물들은 오늘도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자연을 통해 기후변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교육장이 되고 있다. 오래된 문화재 해설을 통해 역사와 전통 문화를 알려주고 느끼도록 한다. 따라서 몸으로 직접 체감하기 힘든 기후시대에 과거 식생환경을 통해 탄소배출 및 온난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윤석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