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조국 ‘변명의 시간’

2021-06-03     김병길 주필

‘실수에 대해 변명하면 그 실수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할 뿐이다’ (셰익스피어). 무언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변명’이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이 변명이다.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사과 뒤에 붙은 이유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길어지다 보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변명은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내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내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억울함의 호소’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사실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부정의 얼굴’이다. 둘 다 보기 좋은 얼굴은 아니다
품위 있는 사람치고 변명을 길게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사과를 하되 변명이 길어진다면 어쩐지 인격적으로 믿음이 안 간다.
자신을 지나치게 변호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철저히 방어한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타인의 잘못에는 엄격하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이 불편한 것은 ‘무고한 희생양’ 행세를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 가는 심정이었다”는데 가족의 피를 흘리게 한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페이스북 글과 격려사, 관변언론의 기사들의 복사에 가까워 ‘회고록’이라기엔 민망하다. 
그는 시종 “불법은 없었다”고 강변해 왔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된 11개 혐의 모두 ‘적법이었고 합법’이었다면 진실을 다투는 법정에선 왜 300번 넘게 증언을 거부했는가. 공판중심주의를 외쳤던 형법학자의 법정 밖 장외전은 또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조국의 시간’이라며 내용은 ‘윤석열의 시간’이다. 윤석열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윤석열을 대선 주자로 만들어 준 것은 조국 자신이다. 책이 나오자 지난 보궐 선거 참패 후 잠시 반성하는 듯했던 민주당은 순식간에 과거 모드로 돌아갔다. 
그는 국민들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진영까지 분열시켜 놓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진영을 다시 똘똘 뭉치게 하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