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주거지원 신청 ‘저조’…문턱 너무 높았나
지역 공공임대주택 거주 신혼부부 대상 지원 사업
3개월간 신청건수 771건…지급된 예산 23% 그쳐
소득기준·나이·혼인 기간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
울산시 “조건 완화 검토…다각적 지원 정책 고심”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울산시가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신혼부부들의 신청은 저조하다. 전국 최대 규모의 주거비 지원을 내걸었지만, 공공임대주택 거주와 나이, 결혼 기간 등 까다로운 조건들로 지원 문턱이 높은 탓이다.
11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처음 시작한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은 지역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혼인 기간 10년 이내 신혼부부(재혼 포함) 중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연소자 기준)를 대상으로 자녀 수에 따라 매월 5만~35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울산시는 사업 시행을 한달 앞둔 지난 3월부터 신청 접수를 받았는데,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총 771건의 신청이 접수됐다. 월별 신청 현황을 보면 △3월 471건 △4월 233건 △5월 37건 △6월 27건 등으로 급격하게 신청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울산시는 올해 1,080가구를 목표로,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신청 건수는 71.4%, 지급된 예산은 4억6,000만원으로 23%에 그치고 있다. 이미 지원 대상 상당수는 지난 3~4월에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계획한 목표는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신청이 저조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가 많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울산지역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울주군 웅촌 LH아파트 △남구 해피투게더타운 △북구 송정 LH 1·2단지 △북구 송정 하우스디 등 5개 단지 2,600세대다. 이 가운데 송정 LH 2단지는 신청이 저조해 20세대 물량이 남았고, 소득기준을 배제한 뒤에야 신청이 종료됐다.
공공임대주택 신청 자격 중 소득기준은 2인 기준 365만원 이하로, 자녀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맞벌이 신혼부부에겐 쉽지 않은 조건이다. 맞벌이 부부 모두 올해 최저임금을 받아야만 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연말정산에서 확인된 울산지역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은 4,375만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울산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대부분 도심과 다소 떨어진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고, 규모도 26~46㎡ 수준이다. 공공임대주택은 60㎡ 이하만 공급되고 있는데, 그 기준보다 더 작은 소형 규모가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혼부부가 자녀를 계획해 살기에는 상당히 좁은 규모로, 공공임대주택은 일시적으로 머물다 옮겨가는 곳이 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울산지역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신청 수와 공급 수가 거의 맞아 떨어지거나 미달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규모나 위치 등이 신혼부부의 선호도와 맞지 않는 것도 있고, 소득 수준이 높다보니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임대 후에는 다시 분양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주변 시세만큼 오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도 공공임대주택을 꺼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세도 상승할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 등도 이를 부추긴다.
울산시 지원정책의 나머지 조건도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만 39세 이하라는 나이와 혼인기간 10년 이내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결혼 나이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한정적이다.
울산시는 신혼부부 주거지원 사업의 신청이 저조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지역의 모든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를 키우는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으로 이해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와 혼인기간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신혼부부를 다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도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