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장례식장 CCTV
소설 ‘1984’(조지 오웰) 빅 브러더의 감시사회 예측은 적중했다. 현대 감시사회의 상징은 감시 카메라(CCTV)다.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는 4억대가 넘는다. 미국의 4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CCTV가 가장 많은 전세계 도시 20곳 중 18곳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CCTV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겨 놓았다. 중국 정부는 보란 듯이 외부에 노출시킨 것이 다르다.
이 CCTV에 포착된 사람들의 얼굴과 걸음걸이는 인공지능(AI)기술로 분석해 성별과 나이를 판단한다. 중국 정부는 범죄자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치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유치원 교실 내 CCTV 의무화법 즉시 통과시켜라.” 지난 5일 대한 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유치원 어린이 안전을 위해 입법을 요구했다.
지난달 국민 1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조사에선 응답자 98%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의료사고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 ‘대리 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 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대 목소리는 2%에 그쳤다.
지난 4월 서울 한강공원에서 대학생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가장 먼저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CCTV 설치’였을 정도다. 결국 서울시는 연말까지 240여대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 “CCTV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엔 “장애인 특수학교에 CCTV를 달아주세요”· ‘장례식장 부의함 CCTV 설치 의무화’도 촉구했다. 고인을 마지막 배웅하는 길에도 CCTV가 눈을 부라리는 나라가 될 판이다.
공공시설이 아닌 ‘수술실’이나 ‘장례식장 부의함’ CCTV 설치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니 나쁜 사람을 찾아 벌을 줘야 한다는 분노가 반영된 것이다. 서로의 믿음보다 손쉬운 감시를 택하다 보니 CCTV를 ‘만능열쇠’로 믿게 됐다. 이제 중국을 비판할 수만 없는 나라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