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댓글 조작 ‘귀신’

2021-07-22     김병길 주필

 

영화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2014년 356만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11월 그 속편 『신의 한 수: 귀수편』개봉 직후엔 엉뚱한 댓글 논쟁으로 해프닝이 벌어졌다. 온라인 홍보 영상에 영화 내용과 무관한 ‘가짜뉴스’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시사 채널 ‘신의 한 수’를 공격하려던 좌파 성향 네티즌들이 영상을 혼동해 댓글을 잘못 단 것이었다. 
이 댓글들을 단 주체가 네티즌이 아니라 기계를 동원한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무조건 방침에 따라 댓글을 다는 ‘부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댓글 조작 혐의로 법정에 선 ‘드루킹 일당’의 잔당이었다는 결론에 설득력이 있다. 사람이 정치 평론 영상과 영화를 헷갈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2017년 대선 직전 벌어진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실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1일 댓글 조작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때 유행했던 ‘드루킹’(온라인 닉네임·본명 김동원), 드루킹 일당이 자체 개발한 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 ‘킹크랩’이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킹크랩’을 사용하던 드루킹 일당이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 6만8,000여개에 달린 68만여개 댓글을 대상으로 4,133만 개의 ‘공감·비공감’ 클릭 수를 조작한 혐의가 결국 인정됐다.
청와대는 김 지사 유죄 확정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8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문 대통령이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도리다. 
더는 무리한 논리와 기교로 진영을 동원하는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여론 조작은 공론의 장을 허무는 행위다. 특히 선거 국면에선 민주주의 파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치인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깊이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