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나란히” 계약한 묘지 사용 못해 화장한 유족에 법원,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2021-08-03     주성미

부모를 나란히 모시기 위해 계약한 묘지 중 일부를 사용하지 못해 안장한 묘를 열어 다시 화장 절차를 진행한 유족에게 법원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울산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안복열)는 재단법인 A가 유족 3명에게 총 1,761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유족 3명은 2012년 7월 모친이 사망하자 재단법인 A가 운영하는 울산 남구의 한 공원묘원 묘지 2기를 나란히 계약하고, 이 중 1기에 모친의 묘를 조성했다.

약 7년 후인 2019년 5월 부친이 사망하자 유족들은 나머지 묘지 1기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재단법인 A는 남구청으로부터 매장 승인을 받지 못해 묘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유족들은 결국 부친과 묘지에 안장된 모친을 모두 화장한 뒤 부부납골당에 안치했다.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261만원과 3명의 정신적 손해 각 500만원씩 총 1,761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원고 측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승소를 판결했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부친의 유지에 따라 부모를 나란히 모시기 위해 7년 전 조성한 모친의 묘를 개장해 이를 다시 화장하는 과정 속에서 자식인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피고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다른 부지사용과 추후 이장을 권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등을 원고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피해 회복의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원묘원을 운영하는 피고는 사회통념상 자식들에게 부모의 묘지가 갖는 특수한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보인다”면서 “원고들은 재산적 손해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며,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