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면 아스콘 공장 주변 건강영향조사 ‘차일피일’

2021-08-31     주성미

  환경부, 청원 접수 후 현장조사·자료수집 하다 돌연 울산시에 이관
“개정된 ‘환경보건법’ 시행 따른 것…장기간 조사 감안해 내린 결정”
  市 “자료 전달 받았지만 별다른 의견 못들어…사실상 원점 재검토” 

 

▷속보= 울산 울주군의 한 아스콘 공장 주변 주민들이 제기한 건강영향조사 청원(2021년 3월 30일자 6면 보도)에 환경당국이 5개월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4개월가량 자료를 검토하던 환경부가 개정된 법률 시행을 이유로 별다른 의견도 없이 울산시에 관련 업무를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31일 환경부와 울산시에 따르면 삼동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학생·원아 60여명의 학부모를 비롯해 삼동면 금곡마을, 사촌마을, 왕방마을 주민 129명은 지난 3월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달라며 환경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삼동면에 위치한 영종산업㈜ 아스콘공장 때문에 코피를 쏟거나 아토피 증상, 호흡기질환 등 건강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건강영향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청원을 접수받은 환경부는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관련 기초 자료를 수집해 분석에 나섰다. 영종산업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물질 등을 확인했고, 배출량과 인·허가 사항, 주민들의 암 발생현황 기초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을 진행했다.
접수된 청원에 대해 환경당국은 최초 90일 이내, 필요에 따라 60일을 연장해 검토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8월에는 건강영향조사 실시 여부를 환경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런데 약 4개월 동안 사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한 환경부는 돌연 지난달 관련 업무를 울산시에 모두 넘겨버렸다. ‘환경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당초 환경부에만 주어졌던 건강영향조사 권한을 지자체에도 부여됐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1월 개정된 환경보건법은 지난 7월 6일부터 시행됐다.
환경부는 이 법이 시행된지 이틀만인 7월 8일 울산시에 관련 업무를 이관하고, 그동안 수집한 자료도 모두 전달했다. 환경부는 100일이 넘도록 이 사안을 검토했지만, 아무런 의견도 울산시에 전달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정된 법이 시행돼 울산시에 관련 업무를 이관한 것”이라며 “건강영향조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한 이후 조사 과정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울산시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이같은 업무 처리 때문에 환경당국의 건강영항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삼동면 주민들은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업무를 넘겨받은 울산시는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10월 중순까지 아스콘공장의 굴뚝과 주변 등에서 이동식·고정식 대기 측정을 실시하는 등 추가 현장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주민들을 만나 관련 민원에 대한 내용과 의견도 다시 받아야 한다. 이후 청원에 따른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환경보건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빨라야 오는 11월 중순 건강영향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법과 조례에 따라 구성해야 하는 울산시 환경보건위원회는 15명의 전문가 등으로 다음주 중에야 꾸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긴 했지만, 추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등 사실상 처음부터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11월 중순에는 청원한 주민들에게 결정 내용을 통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