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전 ‘반복’하는 스마트파머 ‘제도적 지원’ 절실
<기획-중>`스마트팜', 울산 신산업으로의 한걸음
다 알아서 해준다? 스마트팜의 현실
기존 농업보다 편하지만 꾸준한 ‘관심·노동력’ 필요로 해
아쿠아포닉스 ‘뉴팜', 비용 줄이고 적합한 작물·시설 갖추려
수년간 시행착오 겪다 郡·울산TP 지원사업 통해 새 보금자리
부지·작물 선정·유통 ‘밑그림' 필요…정보 접할 기회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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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 위치한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뉴팜’의 작물이 발아한 모습. | ||
“기계가 다 해주는 거 아니야?”
‘똑똑해진 농업’으로 나날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스마트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다. ICT 기술로 획기적인 변화된 농업인 것은 맞지만, 말 그대로 그 기술이 모든 것을 다 해줄 거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작물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기울어야하고, 상당한 노동력도 필요하다. 스마트팜에 뛰어든 이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궤도를 찾아내고 있다. 지역 스마트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 “투잡? 매일 관심·노력 기울일 수 없다면 도전하지 말라”
스마트팜 보급·확산사업을 추진 중인 울산 울주군과 울산테크노파크(TP)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스마트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은 10명 중 1~2명 정도. 대부분은 막연한 ‘관심’ 수준이다.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스마트팜에 대해 가장 크게 착각하고 있는 점이 바로 ‘쉽다’는 것이다. 대부분 스마트팜은 자주 들여다보지 않아도,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잘 관리해줄 거라 생각한다. 스마트팜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스마트팜도 매일 일정 시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기술적으로 미처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기술은 농부의 실수 범위를 줄여주고,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수준일 뿐, 작물의 생육 상태를 매일매일 확인하는 농부의 관심은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 작물 중에서 ‘상품’을 골라내는 농부의 눈을 기술이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울산TP와 함께 손을 잡고 스마트팜 버섯 재배기술 교육을 하고 있는 굿팜즈 김재홍 대표는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 ‘혹여나 투잡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기술의 도움을 받아 기존 농업보다 확실히 몸이 편하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관심과 다른 형태의 노동력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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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 위치한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뉴팜’은 비단잉어와 향어를 키우는 물을 수경재배에 이용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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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뉴팜’ 정정현 대표. | ||
# 구영리 아쿠아포닉스 ‘뉴팜’, 4년여 동안 실패 딛고 도전
스마트팜을 시작할 때 초기 투자비용이 넉넉하다면 별다른 걱정이 없겠지만, 대부분 스마트파머들은 이 비용을 줄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작물과 시설을 갖추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는다.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 위치한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 ‘뉴팜’ 정정현(40·여) 대표는 2017년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고무통에서 시작해 2019년 컨테이너를 거쳐 지금의 식물공장을 차렸다. ‘아쿠아포닉스’란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영양분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기존 수경재배에 필요한 양액을 민물고기 양식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다.
정정현 대표 부부가 아쿠아포닉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되면서였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 속에서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보며 ‘건강한 먹거리’에 눈을 뜨게 됐다. 헌 그림책으로 쌓아 올린 작은 수조에서 금붕어 10마리를 키우며 시작한 첫 농사는 병충해를 만나면서 실패했다. 울산창조경제센터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컨테이너로 규모를 넓혔지만, 급수관이 없어 부부가 매일 오전 5시 물통을 이고 지며 나르는 물난리를 수개월 동안 겪었다. 물과의 전쟁이 끝난 뒤엔 단열처리가 되지 않은 컨테이너에서 열과의 전쟁을 벌였고, 그 후엔 작물을 덮친 진딧물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중간 중간 펌프를 태워먹고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들은 수시로 발생했다.
수년 동안 휴가는커녕 휴일도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정 대표 부부는 컨테이너에서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울주군·울산TP 스마트팜 보급·확산 지원 사업을 통해 구영리에 다시 보금자리를 꾸렸다. 비단잉어와 향어, 물고기 농부들과 함께 일정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재배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정 대표는 “스마트팜도 결국 농업이라,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열정, 끈기 없이는 안 되더라”며 “나중엔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는 없다’는 오기 같은 게 생겼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 ‘준비’가 필요한 스마트팜, 제도적 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파머들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업’과 마찬가지다. 먼저 스마트팜을 꾸릴 부지나 건물과 같은 공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작물의 종류마다 특성이 다른데, 그만큼 농부에게 주어지는 작업도 다르다. 각자 성향과 잘 맞는 작물이 있고, 이를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재배한 작물을 어떻게 시장으로 유통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다. 적정한 가격을 받고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출발선에 설 수 있다.
이런 청사진은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울산에서는 이런 기회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정부·지자체 지원은 크고 작은 사업들이 있지만, 스마트팜은 현재 울산에서는 울주군과 울산TP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보급·확산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지역 스마트파머나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에도 미치지 못한 울산의 스마트팜 산업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규모적 측면에서는 정부 차원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대상지인 경남·경북·전남·전북에, 기술적 측면에서는 경기도와 부산에 뒤쳐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