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다시 학교로

2021-09-30     허성관 신정고등학교 교장
허성관 신정고등학교 교장

가는 곳마다 늘 새로운 사업·과제 몰려
2년 만에 그리운 교정으로 다시 돌아와
꿈과 열정으로 뜨거운 학교가 되기를

나는 항상 일복이 많은 편이었다. 주위에서는 일을 몰고 다닌다고 했다. 가는 곳마다 늘 새로운 사업과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교육 전문직으로 진출해 울산학생교육원 근무 5개월 만에 교육과학연구원으로 발령이 났다. 350억 규모의 울산과학관 설립업무를 본청의 장학사님과 함께 맡게 됐다. 이후 개관, 프로그램 개발, 정상 운영까지 6년간이나 과학관에서 근무를 했다. 
남구 A고등학교에서는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21개 공모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한단계 한단계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가는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강남교육청 발령 4개월 만에 시교육청 미래교육과로 발령이 났다. 470억 규모의 울산미래교육관 설립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했다. 두번째 도전 만에 간신히 교육부·행정안전부 공동투자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학교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2019년 11월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 경북에서 1차 유행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 시행됐다. 학생들에게 스마트 패드와 휴대용 와이파이 지원이 시급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전 직원들은 한달간 주말도 반납한 채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수학문화관 설립, 고졸 취업 활성화와 취업지원센터 개관, 학교 무선망 구축, 원격수업 인프라 지원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저녁 6시에 배달된 음식을 자정을 넘겨 먹었던 일, 어린 자녀가 엄마가 보고 싶어 밤에 사무실로 찾아온 일 등 잊지 못할 숱한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업무와 시간에 쫓겨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도 있었다. 
어려운 고비 때마다 직원들은 서로를 배려하며 언제나 함께했다. 그랬기에 그 어려운 상황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내는 간간이 힘든 직원들을 위해 깜짝 파티를 열어 주었다. 김장김치와 수육, 직접 만든 30인분 김밥, 오리 불고기 등을 준비해 주었다. 한날은 예고도 없이 간식을 가지고 사무실을 방문해서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8월의 마지막 날, 교육청 부서를 돌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교육청에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 마음의 빚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서둘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조퇴를 했다. 마음 한편에 늘 미안함으로 자리하고 있던 취업지원센터를 방문했다. 하루 전, 센터를 만든다고 고생만 하고 지원청으로 떠난 장학사님에게 연락했더니, 한아름 꽃다발과 케이크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직원들은 정성을 다해 다과와 케이크, 감사 편지 등 너무 많은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함께했던 추억과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센터 방문을 끝으로 교육청에서의 아름다운 동행을 마무리했다. 고락(苦樂)을 함께한 우리 식구들이 벌써 그리워진다. 
9월 1일, 2년 만에 다시 그리운 학교로 돌아왔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듯 마음이 편안하다. 더없이 밝고 착한 아이들과 교정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것 같다. 늘 바쁘게 달려왔지만, 이제 조금씩 내려놓고 비우는 연습을 하려 한다.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배려와 존중이 넘치는 학교, 꿈과 열정으로 뜨거운 학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허성관 신정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