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지방소도시 여행,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2022-02-03     송봉란 울산경제진흥원 기업성장팀장

 숱한 주말여행지 중 마음 속 깊이 남은 고장 ‘군위’
‘사라온이야기마을’ 등 스토리텔링 콘텐츠 많아
 위로·안식 필요할때쯤 찾아 살아갈 힘 다시 얻곤해

 

송봉란 울산경제진흥원 기업성장팀장


2017년 추석 연휴는 길었다. 그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지방 주말여행은 벌써 70곳을 넘어가고 있지만, 유난히 마음에 깊이 남는 고장들이 있다. 지자체 관광 활성화가 중요한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우리가 참고해 볼만한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쓴다. 

2019년 봄에 처음 방문했던, 경북 군위군은 따뜻한 힐링의 기억이 가득한 곳이다. 

초입부터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라는 도시브랜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인각사가 군위에 위치해 있어서인데, 브랜드 이미지에도 삼국유사 속 옛날이야기를 연상케하는 귀여움과 익살스러움을 담았다. 

도로를 지나다니면서 먼저 눈에 띄는 건 양쪽에 즐비한 가게들의 간판이다. 건물은 낡았지만 간판은 모두 특색있는 현대적인 글씨체로 한 눈에도 지자체 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알아보니 2013년 시작된 행정안전부 사업으로 국비와 군비를 합쳐 13억원 넘게 투입해 400개의 간판을 정비한 우수시범사업이라 한다. 최근에는 관리가 잘 안 되거나 그동안 업종이 바뀌어 쓸모없게 된 간판도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는 하나, 당시 관광객인 필자의 눈에 일하는 행정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읍내에는 ‘사라온이야기마을’이란 작은 민속마을이 있다. 마을공동체 속에 살아가는 민중의 이야기를 재현한 적라촌, 마을의 분쟁을 다스리고 백성의 안전을 지키는 관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적라청, 왜적의 침략에 맞서는 용맹한 의병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적라골의 3가지 테마로 나누어 조선시대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체험마을이다. 옛날이야기는 듣는다고 하지만, 여기선 이야기를 체험한다. 

이 고장에서 힐링하는 또다른 이유는 김수환 추기경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생가와 기념관, 그리고 사랑과 나눔공원이 있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신부가 되라는 말을 들어왔던 김 추기경이,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를 어루만지고 화해와 위로를 전해준 진정한 종교인이었음을 보여주는 이곳 기념관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두 손을 모으게 된다. 

2018년 이후엔 누구라도 군위라 하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릴 것이다. 임순례 감독 제작, 김태리, 류준열 등 유명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다. 영화 촬영지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유유히 흐르는 하천을 끼고 멀리서 금방이라도 주인공 혜원이가 자전거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다. 이 마을에는 김태리가 어린시절 엄마와의 추억을 간직한 시골집 ‘혜원이의 집’이 있고, 류준열이 도시의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전여친을 배웅했던 ‘화본역’이 있으며, 그 앞엔 영화에 잠깐 비친 ‘역전상회’도 있다. 화본역에서 5분쯤 걸으면, 영화와는 관계가 없지만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복고박물관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어린시절 그리움을 자극하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그래도 역시 군위여행의 하이라이트라면, 얼마 전 두 번째 방문 때 들렀던 ‘삼국유사테마파크’가 아닐까! 삼국유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 여행을 하듯 둘러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테마파크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역사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에게 특히 인상깊었던 건, 테마파크 내 ‘웅녀마늘’ 홍보관이었다. 웅녀마늘은 1940년대까지 국내에서 재배한 토종작물인데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2007년 미국에서 발견돼 유전자원을 농촌진흥청 유전자원센터로 영구 반환받았다고 한다. 특징은 일반 마늘의 5개 이상의 크기로 무취이며, 자양강장성분이 일반 마늘보다 2배 이상 많아 영양적인 가치가 있다. 군위군은 웅녀가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스토리와 연결한 ‘웅녀마늘’ 브랜드를 명품관광자원으로 부각시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하니,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헌신한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남의 일 같지 않게 피부에 와 닿는다. 

경북 군위군은, 위로와 안식이 필요할 때 한바퀴 둘러보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송봉란 울산경제진흥원 기업성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