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심상정 “축소” vs 윤석열‧안철수 “확대”[선거기획]울산의 미래, 2022년 선거에 달렸다 극과 극 ‘원전 공약’

2022-02-08     김준형

李, 신규 건설 중단 `감원전'…"국민 판단 존중” 변화 여지
尹, 울산 미래 산업 `원자력 수소 기술' 개발 지원 등 공약
安 "소형모듈원전 잘 활용하면 수소‧원전산업 동시 발전”
沈 "제2 후쿠시마 사고 막기위해 `탈원전' 중단하면 안돼”



여야 후보들이 가장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분야는 ‘원자력발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축소’,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확대’ 기조로 나뉜다.

울산 내에서도 원전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지역 탈핵단체와 민주당 시의원 등은 ‘전국 원전 24기의 절반이 울산 주변에 위치하고, 고리·월성원전은 반경 30km 내에 울산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안전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전이 없다면 울산 산업현장 등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세계적으로도 신재생은 발전량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현실적인 차원에서 원전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분위기여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우리 원전 산업을 사장시키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감(減)원전’이란 말로 대신하고 있다.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되, 새로 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원전을 쓰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자는 취지다. 다만, 그는 “실효성이 있을지, 발전 단가, 위험성, 폐기물 처리 비용과 시간 등에 관해 객관적 자료에 의한 국민 판단을 존중하겠다”며 상황에 따른 입장 변화를 열어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의 SNS 상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한 줄 공약에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 그는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탈원전을 백지화하는 동시에 탈석탄을 앞당길 것”이라며 “과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있었지만, 지금 우리나라 원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한미 원자력 동맹으로 해외 사업 동반 진출을 추진하겠다”면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마이크로모듈 원전 등 차세대 원전, 그리고 울산의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수소의 청정 생산 수단으로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한 ‘원자력 수소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울산을 찾은 자리에서 ‘에너지 주권’을 강조하며 ‘수소-원전-신재생’의 연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공급망 쇼크, 탄소중립 이슈 등으로 에너지 주권에 국가 운명이 걸려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믹스(혼합)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단계의 울산 수소 산업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린 수소’인데, 청정에너지로 수소를 만들려면 원전이 필요하다”며 “울산 UNIST는 소형모듈원전 연구에서 앞서 나가고 있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수소산업과 원전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바람이 불지 않거나 밤이 되면 생산을 못 하는 신재생에너지는 한계가 있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제조업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2의 후쿠시마 사고를 막기 위해 탈원전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울산을 방문해서는 “탈원전이 흔들릴 때마다 울산 시민의 미래도 흔들린다. 기존 원전의 지역경제 효과도 물음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투입된 9만명의 인력 중 울산 시민은 2만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후보들 간 찬반의견이 첨예한 만큼, 지난 3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도 원전에 관심이 집중됐다. 원전과 관련한 ‘EU택소노미’와 ‘RE100’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이 두 단어를 아느냐고 윤석열 후보에게 물었으나 답을 못하자, 민주당은 “원전에 관심이 많은 윤 후보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단어”라며 공세를 가했으며, 국민의힘 측은 “과시용 장학퀴즈성 질문”이라고 반발했다.

택소노미(Taxonomy)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로 규정한 것을 일컫는데,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에 대한 투자를 ‘녹색경제’로 분류하는 최종안을 정했다. 사실상 EU는 ‘원전=친환경’이라는 정의에 힘을 실은 것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 후보는 최근 울산을 찾은 자리에서 “EU택소노미를 통과해도 우리나라에선 원자력을 그린에너지로 인정하는 두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조건이란 ‘원전 안전성 개선’과 ‘핵폐기물 처분책임 방침’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도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원전이 있는 지역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은 EU택소노미가 요구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해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자력 부분은 사실 발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자력은 해체시장도 매우 크고 2050년이면 500조가 넘어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이 있다”고 말했다.

원전해체 역시 울산 미래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울산은 원전해체연구소(2024년 완공)를 유치하고 원자력·원전해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2030년)로 지정받아 원전 건설에서부터 운영, 해체까지 원자력발전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