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지털 시대의 도래, 마음의 표준을 바꾸자

2022-02-08     최홍영 BNK경남은행 은행장
최홍영 BNK경남은행 은행장

금융의 디지털화·디지털 뱅킹,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통장없는 계좌·서명없는 거래 등의 시대 적응 위해
구시대 표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상 경험해보길

 

세상이 빛의 속도로 디지털 세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정보통신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시작해서 핀테크 같은 신생 금융기술기업들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촉발이 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도 디지털이 주요 내용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로 사람들간 접촉이 제한되다 보니 비대면 모임이 자연스러운 만남의 형태가 됐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시청 앞 거리 응원에 47만명, 광화문 앞에 45만명 등 92만명이 동시에 모였는데, 이는 2021년 112만 울산시 인구에 근접하는 숫자이다. 현재 6명 이하로 모임이 제한되는 코로나 시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만나면서 대면에서 하던 일을 오히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더 자유롭게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디지털로 인해 가능해졌다.
필자는 직업이 은행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융과 디지털의 접목에 관심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의 “은행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 없을 것이다”라는 말보다 작금의 은행이 직면한 변화를 더 명쾌하게 설명하는 말은 없는 듯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중 국내은행 인터넷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2021년 6월 중 인터넷뱅킹(모바일포함) 입출금·자금이체 서비스 이용 비중은 70.9%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30대의 경우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94%에 이르고, 60대도 25%를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은행을 방문하는 일은 줄어들어 지난 6년간 전국의 은행 점포는 약 1,000여개가 사라졌다. 모바일뱅킹 앱의 고도화, 무인 디지털 영업점의 등장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디지털이 세상의 표준으로 자리잡는 것 같은데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디지털은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심지어는 모바일 앱을 사용하기가 무섭다는 말도 들린다. 고도의 난이도가 요구되는 기술도 아니고,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다. 어떻게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많은 전문가가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손바닥 만한 작은 기계가 어찌 사람과의 교감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일견 이해가 되기는 하나, 세상은 혁신과 사용자의 수용으로 발전돼 왔음을 볼 때 유독 디지털만큼 환호의 반대편에 저항을 안고 있는 분야도 흔치 않은 것 같다. 
혁신을 채택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혁신저항’이라는 개념이 있다. 혁신저항의 요인으로 기존의 습관, 인지된 위험이 있다. 이를 디지털금융에 빗대어 보자면 지점에 가는 것이 편하고, 모바일 앱에서 금전거래를 하려니 왠지 불안해서 쓰기가 꺼려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왠지 모순이 있는 듯하다. 불과 10년 전인 2010년에 25조원에 불과하던 전자상거래 규모가 2021년 185조원, 2022년에 211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될 만큼 디지털 거래는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 디지털 뱅킹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해서 유용성과 이용 편의성이 논리적으로 인지된다 해도, 이를 소비자가 수용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태도이다. 
마케팅에서는 태도를 새로움에 반응하는 학습된 사전적 견해라고도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선입견이고 일종의 나만의 편견인 것이다. 
디지털은 기존의 행태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14세기에 설립된 은행의 틀과 구조, 점포에 고객이 찾아오면 상품을 판매하고 종이에 기록하는 체계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이 은행의 근본적인 구조를 파괴하고 있다. 
디지털뱅킹은 단지 종이와 현금이 사라진 금융거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수백년 동안 금융서비스를 지배했던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모델에서 분산형의 기술 중심적 뱅킹모델로 전환을 의미한다. 
점포없는 은행, 통장없는 계좌, 서명없는 거래, 나의 비금융 데이터가 금융 상품에 반영돼 맞춤형으로 제시되는 서비스,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표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14세기에 등장한 은행의 표준이 21세기에 살고 있는 내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한, 근본과 설계가 애초부터 다른 디지털 시대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일한 길은 내 마음의 표준을 바꾸는 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까지는 요원할지라도 디지털 이주민 정도는 되도록 노력을 해 보자. 디지털은 써 보는 만큼 친숙해진다. 편해서 쓰는 것도 있겠으나, 쓰다 보니 편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이전에 갖고 있던 금융과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던 구시대의 표준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세상이 옳다고 판단하던 기준인 표준을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의 표준을 바꾸고 나면 또 다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세상을 사는 새로운 즐거움일 수 있을 것이다.

최홍영 BNK경남은행 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