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만든 종이 '미네랄 페이퍼'로 친환경 다회용 컵 슬리브 만들어
■ UNIST 청년사업가 한세원 대표, 고군분투 창업 생존기
일회용 규제 대상 포함 예견…자연분해 `다회용 컵 슬리브' 선택
디자인 커스텀으로 ‘단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으로 재탄생되기도
입소문 타고 국내 유명 기업에 납품·협업·판매 이어져 판로 확대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청년들에게 창업은 ‘넘사벽’인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 사업비에 투자유치, 판로 개척 등 넘어야 할 벽이 높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열정 하나로 모험을 하기엔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유망한 청년 창업가를 발굴·육성하는 대학이나 정부 차원의 다양한 사업 덕분에 빛을 발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생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친환경 다회용 컵 슬리브 회사 ‘야베스’ 대표가 된 한세원(30)씨의 고군분투 창업 생존기를 공개한다.
# 샘솟는 ‘아이디어뱅크’···취미가 직업으로
한 대표는 2011년 UNIST 테크노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전공에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대신 매일 1개 이상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메모하는 게 취미이자 삶의 재미였다. 취미는 곧 습관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메모한 아이디어가 1,500개를 훌쩍 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창업시장에 뛰어든 건 아니다. 2014년 교내에 입주한 제품 디자인 스타트업 업체에서 3개월간 짧은 인턴 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창업을 꿈꿨고, 2019년 ‘야베스’를 창업했다.
창업을 꿈꾸다보니 졸업이 늦어졌다. 창업을 위해 졸업은 잠시 유예한 채 외국계기업에 취업해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0년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20: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청년창업사관학교 멤버로 뽑히면 최대 1억원의 사업자금에서부터 교육·코칭, 사무공간 등을 패키지로 지원 받을 수 있다. 한 대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 게 바로 이때다. 울산 우정혁신도시 울산과학기술진흥센터 5층에 공유 사무실을 두고 있다.
모교인 UNIST의 창업 프로그램도 ‘야베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UNIST는 예비 창업가를 발굴하고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이노폴리스캠퍼스 사업’을 진행 중인데 최근 한 대표는 ‘INNO 혁신상’을 수상했다.
# ‘대세는 친환경’… 나무 아닌 돌로 만든 컵 슬리브
야베스 제품 아이템은 컵 슬리브다.
일회용이 아니라 다회용이다. 그동안 1회용품 사용은 자원 낭비뿐만 아니라 환경 피해를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됐다. 환경부는 올해까지 1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오는 4월부터는 일회용품 사용이 규제되고 6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한 대표는 1회용 컵 이후에는 1회용 컵 슬리브가 정책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내다 봤다. 이에 발맞춰 다양하게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다회용 컵 슬리브’를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소재. 일반적으로 컵 슬리브는 ‘나무’를 소재로 한 종이가 대부분인데, 야베스는 채석장에 버려진 ‘돌’을 재활용해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이다. 일반 종이 1t을 미네랄 페이퍼로 대체하면 나무 20그루와 물 95ℓ를 절약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폐기 시 자연분해 되기 때문에 ‘지구를 지키는 종이’라고도 불린다. 내수성과 인장강도 높아 물에 젖지 않고 쉽게 찢어지지도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다 신용카드와 동일한 규격인 콤팩트한 사이즈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였다.
한 대표는 “시대의 흐름이 환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재를 선택하면서 변수가 많았다. 1년 동안 20여차례의 테스트 거쳤고 그 결과 미네랄 페이퍼를 활용한 친환경 다회용 컵 슬리브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 친환경적 기업 또는 관공서와 판로 개척 ‘희망’
야베스 컵 슬리브의 장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커스텀해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굿즈나 패션 악세서리 등으로도 활용 가능해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
지난해 6월부터 온라인에서 본격적인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tvn, 국내 유명 IT기업 마이다스아이트에 제품 개발 및 납품을 진행했다. 또 국내 모던 한복 브랜드 LEESLE, 20만 크리에이터 ‘강철의 로건’ 등 다양한 분야별 제품 협업과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 한 대표는 앞으로 새로운 판로 개척을 통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한 대표는 “‘내가 좋다고 느끼는 만큼 고객들도 그렇게 느낄까’가 미지수였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괜찮은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는 ESG 경영이 확대되는 만큼 기업이나 관공서에 아이템을 제공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컵 슬리브에 태화강국가정원, 간절곳, 대왕암출렁다리 등 울산의 대표 관광지를 디자인해 볼 생각”이라며 “울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당 컵 슬리브를 소장해서 가지고 다닌다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