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확보' 근본 대책 외면한 채 응급처방 급급

2022-03-14     조혜정

【이슈분석】 울산공항 존폐 논란 지방선거서 재점화되나<1>

전국 지방공항 중 활주로 가장 짧아…안전지대도 부족
대대적 시설 확충 계획 번번히 제동…일부 시설 개선만

본지 `위험평가‧관리대안 연구용역' 보고서 등 단독 입수
울산공항 활성화 위한 안전대책‧정치권 과제 등 집중 모색

지방선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울산공항 이슈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울산공항 이슈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작년 추석연휴 직전 ‘폐항에 방점이 찍힌 공론화’를 선언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당장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국제공항 수준으로 확장하자”며 역공을 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대선 과정에서 ‘산업수도 위상에 걸맞는 공항 업그레이드’를 공약했다.
역풍이 거세지자 송 시장은 ‘폐항’ 뿐 아니라 ‘존치’, ‘확장’, ‘이전’을 모두 검토하겠다며 최근 <울산공항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4월에 착공해 오는 12월말 결과가 도출된다.

이에 본지는 한국공항공사의 <울산공항 비행장시설 위험평가 및 관리대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2021년 6월~12월)와 함께, 해당 공사가 직전에 수행한 <울산공항 착륙대 안전성 확보 방안 수립용역> 최종보고서(2014년 9월~2015년 6월)를 단독 입수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울산공항 활성화를 담보할 근본적인 안전대책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떤 시설개선이 이뤄졌는지, 정치권이 짚어야할 포인트는 과연 무엇인지 등을 집중 모색한다.

# 宋, ‘울산공항 존폐 논란 공’ 왜 쏘아올렸나
송 시장이 울산공항 존폐 공론화 공을 쏘아 올린 건, 도시를 확장·개발해 인구유입의 물꼬를 트겠다는 포석이었다.
울산은 땅덩어리의 25%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데다, 중구의 40%·북구의 50%는 울산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 적용을 받다보니 더 이상의 도시 확장·개발이 한계에 봉착해있다. 만약 울산공항이 폐항한다면 총 92만㎡에 달하는 부지를 헐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북구 송정지구(143만7,000㎡) 규모의 60%가 넘는 면적이다.
이에 송 시장은 폐항의 명분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가 울산공항은 전국 지방공항 중에서 활주로가 가장 짧아 근본적인 안전성 확보가 묘연하다는 이유이고, 두 번째는 2028년 부산 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하면 울산공항 항공수요가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애초 송 시장은 울산공항 미래 항공수요는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순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결과보고서를 발표하면 예측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 일정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의 협의 이후’로 미뤄졌다.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이미 시행 중이라곤해도 실질적인 절차는 새정부에서 진행되는 만큼, 당초 오는 16일 갖기로 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최종보고회는 인수위와 협의를 가진 뒤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이 용역에 가덕도신공항 항공수요 외에 울산 등 인근 공항 항공수요까지 디테일하게 담지는 않을 것”라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본지는 이번 <울산공항 존폐 논란, 지방선거서 재점화되나> 제하의 기획보도에서 안전성 확보 대책부터 먼저 집중 해부한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상당하지만, 안전성 확보에 대해선 여야 모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안전성 확보 없이는 국민의힘 시당이 주장하는 국제선 취항도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 시장 역시 지난 연말 본지와의 신년대담에서 “울산공항은 ‘안전’ 때문에라도 반드시 공론화해야 할 1순위 과제”라고 안전을 문제 삼은 바 있다.

# 근본대책은 착륙대 확장...재정 문제로 18년째 ‘응급처방’만
울산공항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활주로 길이가 짧은 탓이다. 울산공항 활주로 길이는 2,000m(폭 45m)로 전국 지방공항 중 가장 짧다. 활주로가 짧으면 ‘착륙대’나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규모라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착륙대란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전지대다. 활주로 양끝에서 각각 60m까지 연장한 길이여야 하는데, 울산공항 착륙대는 방향에 따라 최소 20m~최대 109m가 부족하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에 못 미쳐 착륙하거나 활주로 종단을 지나쳐 버린 비행기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연장한 공간이다. 깨끗하고 편편하게 포장돼 있어야 하고, 항공기 주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울산공항 내 이 구역의 길이는 양 방향 모두 60m씩, 폭은 일부방향에 40m가 모자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울산공항은 국제공항에 이착륙하는 ‘F급’ 대형항공기의 취항은 커녕, 현재 취항 중인 항공기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울산공항의 대대적인 시설 확충 계획을 수립했다. 착륙대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확장에 필요한 부지를 추가 확보하는게 골자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KTX 2단계 개통을 앞둔 2009년, 착륙대 확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감사처분을 공항공사측에 통보했다. “KTX 개통 이후 항공수요와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울산공항 착륙대 확장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재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국토부 정책자문회의에서는 이듬해인 2010년 항공학적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후 ‘기상조건에 따른 항공기 운항제한’과 ‘착륙대 내 구배(수평을 기준으로 한 경사도) 조정 등 일부시설 개선’에 방점이 찍힌 안전체계 방안이 도출됐다. 즉, 근본대책이 아닌 ‘응급처방’으로 방향은 튼 거다.
국토부는 2014년에도 항공정책실 주재로 정책자문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국토부는 울산공항의 짧은 활주로 길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항공기 중량제한’과 ‘조종사 운항자격 요건 강화’부터 하고, 장기적으론 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년)시 연장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작년 9월 고시된 제6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21~2025년)에서조차 울산공항 활주로 연장계획이나 착륙대 추가 확보계획은 언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