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3년만에 ‘허용’

현대차 등 완성차 이어 렌털 대기업도 가세…격변기 도래 전망

2022-03-20     강태아

정부가 3년 가량 끌어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키로 하면서 중고차시장이 격변기를 맞게 됐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롯데렌탈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SK렌터카를 운영하는 SK그룹 등 렌털 대기업까지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소규모 업체들이 장악해온 중고차 시장에 무한경쟁을 통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고 탈락시켰다.

중고차업계의 재지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심의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달긴 했지만,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된다는 공식 허가를 내줬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개시, 인수, 확장이 제한됐다.

이후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자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해달라고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사전 심의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소비자 후생과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동반성장위의 권고 후 6개월 이내에 심의위가 정식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년 넘게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정부·여당의 중재 노력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까지 하는 등

사업계획을 구체화한 상태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중기부는 현대차에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안인 만큼 강제로 저지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은 없다.

심의위는 당초 개의 기한(2020년 5월)에서 약 1년 8개월이 흐른 올해 1월 회의를 열었으나 최종 결정을 다시 3월로 미뤘다.

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따라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는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늦어도 6개월 이내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7일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 계획을 공개했다.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인증 중고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1위 렌털업체인 롯데렌탈은 이날 올 하반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운영 중인 중고차 경매장(롯데오토옥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2025년까지 중고차 시장의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롯데렌탈은 중소 중고차 매매사업자에게 물량을 공급해 온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SK엔카’를 통해 중고차 시장을 주도하다 적합업종 지정 후 사업을 매각한 SK그룹 역시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87만 대로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중복거래를 제외하면 259만 대로, 이는 연간 신차 판매량의 1.4배 규모다. 미국(신차 대비 2.4배), 유럽(2.0배)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미국과 유럽은 대형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며 신뢰성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신기술을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