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B-14 재개발, 공시 업무에 감정평가사 투입 ‘갈등’

2022-05-10     신섬미

원칙 깨고 집행관 공시업무때 동행
두 업무 엉키며 언성 높아지기도
현금청산자측 “엉터리 평가”반발
조합 “시행사 참관인 자격 불러”


울산 남구 야음동 일원에서 진행 중인 B-1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과 관련해 현금청산자와 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이 법원의 공시 업무에 감정평가사를 투입하면서 문제가 된건데, 현금청산자들은 ‘엉터리 감정평가’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방법원 집행관 A씨는 지난 2일 업무방해금지가처분 명령에 따라 남구 야음동 B-14주택재개발사업 구역을 방문해 현금청산자 7가구에 대한 공시(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손실보상평가업무를 담당한 △사업시행사 추천 평가사 △시도지사 추천 평가사 △소유자 추천 평가사 3명이 동행하면서 집행관 사이 갈등이 생겼다.

원칙상 집행관의 공시 업무에는 감정평가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조합 측이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과에 따라 2022년 5월 2일 법원 집행관의 집행이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집행 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자 하오니 꼭 참석해 감정평가 업무를 진행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통해 평가사들을 불렀다.

집행관은 현장 상황에 따라 현금청산자 즉 채무자 부재일 경우 ‘강제 개문’ 후 공시 업무를 진행하는데, 이날 4가구에 대한 ‘강제 개문’이 이뤄졌다. 이때 조합 요청으로 평가사들이 함께 들어가 감정평가를 실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강제 개문이다 보니 '무단침입'의 여지가 있는 것.  무엇보다 두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로 방해가 됐고, 이로 인해 언성까지 높아진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평가사 B씨는 “공정한 보상평가를 위해서는 꼼꼼하게 현장조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집행관 공시 업무에 곁다리식으로 시간에 쫓겨 진행됐다. 그 시간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의 요청으로 감정평가를 하러 갔지만, 집행관이 감정평가를 하지 말라고 해 황당했다”며 “이렇게 감정평가가 졸속으로 진행되어도 문제가 안 되면 대한민국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마치 탱크가 집을 밀어버리는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에서 감정평가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 집행관에게 감정평가 동시 진행을 요청했고 이를 집행관이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지방법원과 국민신문고에 이와 관련한 민원을 제기했다.



이 같은 B씨의 주장에 집행관 A씨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조합에서 사전에 평가사가 온다고 얘기한 적 없는데 갑자기 평가사들이 등장했다”며 “16년 동안 집행관 일하면서 신청한 적 없는 평가사들이 자의적으로 온 건 처음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감정 절차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분명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공시 업무는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었고 감정평가 때문에 오히려 공시 업무를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감정 업무를 하지 말라‘고한 것이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민원이 들어와 곤란해졌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통상적으로 공시 업무 시 사무계장, 증인 2명, 열쇠기술자 등 4명이 집행관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이날은 조합 측이 감정평가사들을 불러 감정 평가를 같이 진행하게 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조합 관계자는 “가처분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현청자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시행사 참관인 자격으로 부른 것”이라며 “공시 업무가 주였기 때문에 집행관의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감정평가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평가가 제대로 되지 못한 곳들에 대해서는 추가 재감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현금청산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이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소유자 동의 없이 무단침입해 감정평가를 하고자 했다. 무리한 업무 진행이다”며 “소유자들이 조합에 항의 방문을 몇 차례나 했다. 울산 수십곳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식의 엉터리 감정평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