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먹튀’ 자일대우버스 상대 기반시설지원금 회수 나서

2022-07-12     조혜정·신섬미 기자

부지 조성원가 분양 등 혜택 누린뒤
경영악화 이유 사업유지 깨고 폐업 
민선8기 재발방지 안전망 마련시급
노조, 21일 철회 촉구 회견 열기로 

울산시가 생산공장을 끝내 폐업한 대우버스를 상대로 지원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 

기업 투자유치 차원에서 공장부지를 조성원가에 분양해준데다 현금 20억원도 따로 보조해줬건만 '10년간 공장 가동 유지'라는 지원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중도에 폐업했기 때문이다. 

울주군 길천산업단지 안에 세운 공장은 2014년에 준공됐는데 그 사이 땅값은 두 배 가까이 올라 사실상 대기업의 '먹튀' 사례로 회자되는 분위기라, 출범 당일 '전략적 투자유치·기업지원 계획'을 1호 결재한 민선8기 울산시가 향후 기업투자유치시 자일대우버스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먹튀 방지 안전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자로 폐업공고문이 붙은 대우버스 울산공장 정문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지난달 말 울산지방법원에 자일대우상용차㈜를 상대로 20억원대의 '기반시설지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근거는 옛 '울산시 기업 및 투자유치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 제25조(지원 등의 취소 및 반환)와 같은 조례 시행규칙 제22조(보조금의 반환) 등에선 '공장 가동 후 또는 사업개시일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장을 폐업한 경우 지원을 취소하고, 지원금의 전부나 일부를 반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분양가 보조금을 지원받아 매입한 용지를 10년 안에 처분'하거나,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10년 이상 사업을 영위)를 위반'해도 지원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자일대우상용차㈜ 울산공장은 2006년 길천산업단지 바깥에 준공된 것과 2014~2015년 길천산단 안에 준공된 것으로 분류된다.

울산시가 소송을 제기한 건 2014~2015년 길천산단 안에 준공한 공장이다. 이 공장 부지는 12만여㎡다. 울산시는 자일대우상용차㈜에 이 부지를 조성원가인 3.3㎡당 평균 59만원에 부지를 제공했다. 분양가 보조금을 지급한거나 마찬가지인데 자일대우버스㈜로서는 시의 '기업투자유치' 즉,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울산시민 고용을 전제로 헐 값에 땅을 매입한거다. 

현재 이 부지의 실거래가격은 평균 105만원으로 두 배 정도 올라 단순계산 상으로 자일대우상용차㈜는 최소 5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됐다.     

대우버스 노조는 사측이 울산공장 정문에 폐업공고문을 붙인 12일 반대 집회를 가졌다. 공고문에서는 13일부터 공장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세차익도 차익이지만 그간 울산시가 기업투자유치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제공한 세제혜택이나 재정 지원금도 상당하다.

실제 시는 2009년과 2010년 '입지 보조금' 명목으로 각각 10억원씩 총 20억원을 현금 지원했다. 

특히 기반시설지원 차원에서 4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길천진입도로(총 연장 2,750m)를 닦아줬고, 상수도 공급과 하수관로도 개설했는데 돈으로 따지면 8,700만원 정도 된다. 

취득세와 재산세, 지방세도 6억원 상당을 감면해줬다. 8,700만원을 들여 버스도 한 대 사줬다.   

 

하지만 자일대우상용차㈜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10년 간 사업을 계속 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었다. 이 회사는 이날 울산공장 입구에 '근로관계 종료' 문구를 담은 폐업공고문을 붙였다.

공고문은 "지난 수년간 경영환경이 악화됐고 회사 생존을 위해 노력했지만 경영악화가 심화돼 더는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노조와 협의해 생존방안을 모색했지만 위기돌파구를 찾을 수 없어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부득이하게 회사를 폐업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그러면서 13일부터 울산공장 출입을 '통제'한다는 사실도 공고했다.

자일대우상용차㈜ 말인즉슨, 생존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조와 머리를 맞대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는 2020년 6월 10일 울산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측이 오는 15일부터 울산공장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통보해왔다”며 “울산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그럴까. 본지 취재 결과 자일대우버스㈜는 이미 작년 6월 울산공장 부지를 매각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작년 6월에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나 하는 부분이다. <표참조> 

앞서 자일대우상용차㈜는 2020년 3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 등 해외공장을 확장하겠다며 폐업을 선언해 노조와 마찰을 빚었다. 

이후 1년여간의 지리멸렬한 갈등 끝에 사측이 '공장 가동 후 고용 승계를 보장하는 매각'을 조건으로 노조와 전격 합의했는데, 이 시점이 바로 작년 6월이다. 

이를 두고 앞에선 '생존방안을 찾겠다'고 해놓고 정작 뒤로는 베트남 이전을 위한 수순을 밟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세다. 

자일대우상용차㈜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인데,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할 수는 없는게 이 회사의 대주주인 영안모자그룹㈜ 백성학 대표의 과거 전적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전임 송철호 시장은 자일대우상용차를 인수한 대주주 영안모자그룹㈜ 백성학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2020년 8월 28일 직접 걸음해 "어려운 경영여건에는 공감하지만 지역경제와 노동자 생존권이 걸린 사안인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리해고 대상을 최소화해 고용인원이라도 최대한 유지해달라"고 매달렸다. 그러나 자일대우상용차㈜는 불과 사흘 뒤인 31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했다. 당시 노조는 "백성학 회장이 노동자 386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신고하면서 '정리해고 후 150명을 선별해 기존 임금에서 60%를 삭감한 임금으로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다"며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리해고와 먹튀를 위한 자해경영을 펼치며 위기를 조장하는 경영진에 맞서 결사의 각오로 투쟁하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020년 8월 28일 대우버스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그룹 백성학 대표를 찾아가 사태의 원만한 사태 해결과 고용 유지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런 일이 데자뷰처럼 반복됐다. 

백 대표는 이달 초 회사 게시판에 "이제는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회사청산'을 통보했다. 이 시점은 지난해 사측이 노조와 합의한 이후 그간 방치돼 온 재고차량 225대를 거의 다 완성해놓은 때다. 

울산시 복수의 관계자는 "자일대우상용차가 베트남 해외공장 확장을 위해 울산공장 폐업을 선언한 2020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복기해보면, 결국엔 애초 계획대로 폐업 절차를 착착 진행해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결국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던 말에 진정성은 없었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온갖 투자유치 혜택은 다 받아놓고 이런 수순을 밟은 건 대표적인 '대기업의 먹튀' 사례로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일대우상용차 말로는 '부지가격이 올랐다고는 해도 적자가 1,000억여원에 달해 손해가 더 크다'는데 울산시 입장에선 사실 기만당한 느낌"이라며 "2년 전 사측에 직원 중 울산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 어느정도 되는지 확인을 요청했는데 불과 15%에 불과하더라"고 개탄했다. 

한편 대우버스 노조 350여명은 이날 울산공장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위장폐업·청산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고 오는 21일엔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