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울산, 왜 노잼도시인가부터 고민해야
방송인·철학박사
삼한시대 우시산국부터 시작된 장소성 도시
반구대암각화·달천철장 현재 공업화 상징돼
위대한 울산 핵심 키워드 ‘역사·문화’살리기
민선 8기가 의욕적인 출발을 했다. 민주당 지방정부가 장악한 지난 4년간의 새로운 정치실험이 끝나고 국민의힘이 주축인 된 새로운 울산이 출범했다. 이달초 울산시와 각 구군에서는 새로운 리더를 맞는 취임식도 있었고 1호 결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도 시작됐다. 김두겸울산시장의 첫 결제는 '전략적 투자유치 및 기업 지원계획(이하 기업지원계획)'이다. 기업지원계획은 김 시장의 민선 8기 주요한 시정방향을 대내외 제시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 위대한 울산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김 시장의 의지가 잘 반영된 첫발이다.
첫 결제가 지역경제 부활이었지만 김 시장의 지향점은 울산의 문화관광산업에 꽂혀 있다는 점은 주목거리다. 김 시장은 취임사에서도 "반구대암각화와 영남알프스, 일산해수욕장과 태화강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자연과 유산을 잘 다듬고, 가꾸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도시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김 시장이 제시한 장소성이다. 반구대암각화와 영남알프스, 태화강과 일산해수욕장은 울산의 서쪽 경계와 동해 바다까지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담았다.
울산은 오래된 장소성을 가진 도시다. 울산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조선 3대 임금 태종 3년 1413년이지만 울산의 출발은 삼한 때 소읍국 우시산국에서 비롯됐다. 지금 울주군 웅촌면과 양산시 웅상(서창) 일대가 영역이었다. 중심지는 웅촌면 검단. 옛날 지명에서는 '시(尸)'를 'ㄹ'로 표기하여 썼다고 한다. '우시'는 '울'이 되고, '우시산'은 '울산'이 되어, 그래서 울산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울산은 이름만 600년, 울주는 1,000년의 역사성을 가진 도시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의 리더들은 울주라는 명칭을 울산과 함께 쓸 수 없다며 독립선언처럼 외치다 문화행사 하나를 다른 동네 행사처럼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울주는 울산과 하나의 지역으로 분리할 수 있는 문화적 변별력을 가진 곳이 아니다. 다만 고려와 조선조 때 각종 제도를 바꾸면서 여러 고을의 행정명칭도 고쳤을 뿐이다.
울주라는 이름은 고려 8대 임금 현종 9년 1018년에 생겼다. 그 전에는 흥려부(흥례부)로 불렸다. 고려 태조는 삼국을 통일한 뒤 울산의 여러 군현을 합쳐 흥려부라 하고 호족 박윤웅에게 지역을 다스리게 했다. 언양 일대는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울주라는 이름 아래 통합됐다. 그러다가 조선 태종 때 '울주(蔚州)'는 지역명을 '울산(蔚山)'으로 바꿨다. 우시산국부터 계변성과 학성, 그리고 흥려부에서 울주까지 다양했던 지명은 조선조에 와서 울산으로 정리된 셈이다. 결국 울산과 울주는 호칭만 다를 뿐 같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시민은 울산과 울주가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울주군이 울주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점을 들어 울주군 영역으로만 한정지어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 울주군민은 울산광역시라는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울주라는 이름이 마치 울산과는 독립된 별개의 역사성을 가진 상위의 것인 양 우월의식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 모두가 착오다. 울산이 바로 울주요, 울주가 바로 울산이다. 울주라는 이름이 더 큰 울산을 이르는 말이다.
통상 주(州) 자가 붙는 곳이 큰 고을을 이야기 할 때 사용했다. 조선 태종 때 그 '주'자를 뗀 것은 중앙정부가 울산을 하찮게 여긴 결과였다. 울산으로서는 섭섭하고 억울한 처사였다. 고려조 때 왕실의 외척이 살았던 땅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울산은 조선조에서 왜구가 끊임없이 노략질을 하는 변방으로 유배의 땅이 됐다.
신라 천년의 무역항으로 고려왕조 외척세력의 근거지로, 반구대암각화에 뿌리를 둔 선사문화 1번지로 이어진 울산의 자긍심은 사실상 조선조부터 사라졌다. 그런 울산이 일제강점기를 통해 지리적 이점으로 일제의 보급창이 됐고 군사독재시설 조국근대화의 희생양이 됐다. 그럼에도 울산의 살림을 도맡아 온 울산광역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울산의 역사문화를 중흥시키는 데에 너무나 소홀했다. 근래 갖가지 일을 벌이고 있지만, 단체장의 구미에 맞춘 업적을 내세우는 보여주기식 사업에 치중했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다.
민선 8기 울산은 이제 진정 '울산'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울산의 공업화가 운명적임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반구대암각화와 달천철장의 유래를 깊이 인식한다면 울산을 산업의 도시를 넘어 역사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울산인 모두가 수행해야 할 사명이다. 울산의 유구한 장소성과 역사성을 제대로 키우는 것이 위대한 울산을 만드는 첫 번째 키워드라는 점을 인식해야 위기의 울산을 다시 위대한 울산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최진구
방송인·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