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 김두겸 울산시장 특별 대담 - "전기차 생산기지 유치 산업수도 위상 더욱 높아질 것"
김두겸 울산시장 특별 대담
GB풀어야 일자리 창출 등 본궤도 올라
공장 증설 위해 인근 도시 이동 뼈 아파
주력업종 탄탄대로 걸으려면 해제 필수
현대차 2조 투자 車산업메카 더욱 공고
"제2산업수도 울산의 역사를 새로 쓰는 '대한민국 최고 비즈니스 시장'이 되겠다." 시장 선거에 도전한다며 남구청장 직을 내려놓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울산시 수장에 오른 김두겸 민선8기 시장의 취임 일성은 '대한민국 최고 비즈니스 시장'이다. 울산 면적 4분의1을 차지하는 그린벨트를 풀어 기업을 유치하며 신도시를 건설해 인구와 자금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각오다. 취임 첫날 1호 결재한 업무도 '전략적 투자유치와 기업지원 계획'이다.
김 시장이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한 '0선 시장'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 공약을 과연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지난 8일과 9일에 진행된 민선 8기 시·도지사들의 대정부 행보는 김 시장에겐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의 데뷔무대인 동시에 첫 시험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 곳간 열쇠를 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울산의 시급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그 뒷 얘기를 들어봤다.
#울산 현대차 전기공장 신설 비하인드 스토리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지난 5월 24일 발표에는 정작 '울산에 투자한다'는 말이 빠져 있었다. 자동차산업 전환기에 직면한 울산으로선 서운함을 넘어 '자동차 도시' 간판을 내려야 하는 건 아닌지 위기감이 제법 컸다. 묵묵부답이던 현대차그룹이 울산을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화하겠다는 답을 내놓은 건 지난 12일. 당시 임단협 중이던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 미래투자 특별합의서'를 마련, 2025년까지 생산라인이 노후화된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1996년 아산공장이 지어진지 29년 만에 새 공장이 들어서게 된 거다. 투자 규모는 약 2조원이다. 그런데 이번 현대차 발표 이면엔 김두겸 울산시장의 역할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김 시장은 지난 8일 전국 시·도지사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윤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가졌고, 이튿날엔 추 부총리와 예산협의회를 잇따라 가졌다. 나흘 뒤 울산을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화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발표가 이뤄졌다. 며칠새 어떤 일들이 있었던걸까.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 윤 대통령 울산공약에도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건의했나.
- 대통령께 울산이 산업수도를 유지하려면 그린벨트 800만평을 풀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사실 속마음은 600만평이었는데 좀 깎일 것 같아서 800만평이라고도 이실직고 했다. 대통령께서 '왜 600만평이나 필요하냐'고 되묻기에 현대차 얘기를 꺼냈다. 국내에 2025년까지 63조를 투자한다면서 울산에 투자한다는 말이 없는데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려면 그린벨트 150만평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 공장 증설할 땅이 없어 인근 도시로 떠나는 다른 기업 예도 들었다.
△ 그린벨트 해제를 희망하는 지자체가 상당할텐데 정부로선 부담스럽지 않겠나.
- 이장우 대전시장은 500만평 풀어달라고 하더라. 대구 달성구 국회의원 출신인 추경호 부총리도 '대구엔 그린벨트가 달성구에 몰려있다'면서 같이 거들어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공장 짓겠다는데 좀 풀어줘야 안되냐'고 했다.
울산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이 3대 주력업종이 가장 발달한 도시인데, 그린벨트에 묶여 공장 확장성이 없으니 경주로 어디로 자꾸 나가지 않나. 공장은 경주 외동으로 옮기고 본사 사무실은 울산에 둔 채 이중생활하는 기업이 허다하다. 울산의 그린벨트는 도심을 관통하며 전체 땅 면적의 4분1을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다. 그린벨트를 풀어야 기업유치-일자리 창출-신도시 건설-인구·자금유출 방지라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울산으로선 먹고 사는 문제다.
△ 투트랙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어려우면 지방에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이양해달라는 제안도 했다던데.
- 사실 그린벨트 해제는 간단치 않다. 국토교통부는 매번 환경단체들의 항의방문에 시달린다. 그래서 정부가 그린벨트를 획일적으로 조정하지 말고 차라리 해제권한을 지방에 100% 이양해달라고 제안했다. 필요할 때마다 매번 어떻게 풀어달라고 하나. 지방 사정은 지방이 잘 아니까 환경적으로 보존 가치가 없는 곳은 해제하되 보존녹지는 필요한 비율만큼 외곽에 마련하고, 또 보존가치가 높은 1·2등급도 당연히 보존하겠다. 해제권한을 시장에게 줘도 마음대로 못 푼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라고 호응했다. 위임 여부를 장담할 순 없지만 제도 자체는 완화되지 않을까 낙관하고 있다. 대통령도 나도 국회의원 '0선'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0선끼리 잘 해봅시다' 하니 웃으시더라.
△ 현대차그룹이 울산을 전기차 국내 생산 거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정부 행보에서 거둔 성과라는 말이 있는데 맞나.
- 대통령께서 그린벨트를 풀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보라고 재차 묻더라. 그래서 울산에 전기차 공장이 없으면 자동차 메카가 아니라고 하면서 현대차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울산이 명색이 자동차 메카인데 역대 울산시장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현대차 본사 사장을 못 만났다더라. 울산에 전기차 공장이 와야 자동차 도시 간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울산에 땅이 없으니 투자를 안하려한다.
이건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공식 간담회를 마치고 대통령실 관계자와 따로 자리를 가졌다. 안효대 부시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 박성민 의원도 함께 가서 도와줬다. 우리는 좀 전에 대통령께 건의한 600만평 중에 전기차공장과 수소공장, 3대 주력산업 증설에 필요한 부지 300만평을 1차로 풀어달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그 자리에서 '대통령 뜻이니 울산시장을 만나보시라'고 전화하더라. 현대차그룹에 한 전화였다. 그 다음날 연락이 왔고 정확히 3일 후 현대차그룹의 발표가 났다. 조만간 현대차그룹 본사 사장과도 만나기로 했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자로서 울산에 현대차 전기차 생산공장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그 첫번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울산 국회의원들과의 예산정책협의회 다음날인 13일 부총리와 행안부 장관과 또 한차례 만나 차담을 나눴는데 '대통령께서 울산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말씀하시더라. 잘 될 것 같다'고 전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