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침수 피해 복구에 市 예산 투입 맞나
【긴급진단】
국가정원 지정후 4년내리 범람 불구
하천제방 둘러싸인 ‘제외지’ 분류돼
홍수시 정부 재해 기금 지원 못 받아
자연재난 피해시설물 포함론 급부상
'생태복원의 기적'이라 회자되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자연재난 피해시설물' 대상에 포함해 태풍으로 인한 침수시 정부 재해기금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화강은 산림청으로부터 순천만을 잇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2019년 7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침수피해를 입고 있지만 하필 하천구역에 위치한 탓에 재해기금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 힌남노로 산책로 19.76㎞ 물에 잠겨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울산을 관통한 지난 6일 일부 침수됐다.
국가정원은 태화강 수위가 태화교를 기준으로 4.2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되고, 4.5m까지 차면 홍수주의보가 발령된다.
당시 태화강은 울산이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 새벽 4시까지만해도 2.66m 수위에 머물렀지만, 힌남노가 완전히 상륙한 아침 7시가 되자 4.36m로 올랐고, 잠시 뒤 8시 34분에는 최고 수위인 5.01m까지 물이 불었다.
이번 태풍으로 태화강은 2019년부터 내리 4년째 연속 침수피해를 입었다. 실제 산책로 19.76㎞가 침수됐고 1,400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침수 구간은 '국가정원 안'과 국가정원이 아닌 '둔치'로 나뉜다. 국가정원에선 △남산로 하부 및 삼호지구 산책로 3㎞ △실개천 교량 4개 △징검다리 3개 △오산광장 및 무궁화정원 △부설주차장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다.둔치 구간의 경우 △구영교~명촌철교 산책로 16.76㎞ △삼호섬 주변 산책로 △척과천 잠수교 △화장실 10개소가 침수됐다. 쓰레기 1,400t 중 100t은 국가정원에서, 나머지는 둔치 구간에서 나왔다.
# 1호 국가정원 순천만은 정부기금 지원
그런데 태화강 국가정원은 정부 재해기금이 지원되지 않는다.
태화강의 경우 하천제방으로 둘러싸인 이른바 '제외지 (堤外地)'에 위치해 홍수 발생시 물이 흐르는 하천구역으로 분류되고 있다는게 걸림돌이 됐다. 제외지의 '제'자는 둑을 의미하는 한자다.
현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에 따르면 하천구역에 설치된 시설물은 침수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더라도 별도 재해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반면 같은 국가정원인 순천만은 하천제방에 의해 보호되는 '제내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공시설물로 인정, 재해기금 지원 대상이다. 즉, 순천만국가정원이 자연재난을 입었다면 100% 국비가 투입된 가운데 복구작업이 이뤄진다. 만약 국가하천이 아닌 제내지 지방하천이라면 국비와 시비가 반반씩 투입된다.
# 예산 아끼려 공공인력 투입 복구 진땀
사정이 이렇다보니 태화강 피해복구 비용은 국가정원 구간은 산림청이 국가정원 관리 차원에서 매년 지원하는 21억원의 예산 중 일부를 헐어 충당해야 한다.
국가정원 외 구간인 둔치는 시 재정으로 피해를 복구한다.
매번 침수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복구 현장에 공무원과 군인이 대거 투입되는 이유도 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현재 상황은 이렇다. 울산시는 6~7일 이틀간, 태화강 침수 피해복구 작업에 공무원 3,173명을 비롯해 군인, 소방, 자원봉사자 등 총 5,166명을 투입했다. 장비도 473대 동원됐다. 8일에도 1,470명(공무원 980명)의 인력과 장비 180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당장 다음달이면 울산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되다보니 현재로선 복구작업이 시급해 피해복구 비용은 아직 추산되지 않았다.
둔치는 차제하고 태화강 국가정원 구간 만이라도 정부 재해기금으로 침수피해를 복구하려면 산림청 소관인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일부 개정해 '피해시설물 범위'에 국가정원을 추가해야 한다.
문제는 이 경우 하천구역인 제외지의 시설물을 자연재난조사시 피해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하천법'과 상충된다는 데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기 전 중앙부처와 침수발생시 복구비용 지원 등의 문제를 협의했지만 '하천법'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상충돼 재해기금 투입이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현재로선 국가정원이 순천과 울산 이렇게 전국에 2곳 밖에 없다보니 침수 문제가 재조명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제3호, 제4호의 국가정원 지정이 추가로 이뤄지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태화강은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완전 침수됐고, 이후 2019년 태풍 '미탁'을 시작으로 2020년 태풍 '하이선', 2021년 태풍 '찬투', 올해 '힌남노' 등 4년 연속 일부 침수됐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